1707년 10월 22일 쇼블 제독이 이끄는 영국 전함 네 척이 영국 근해의 실리제도에서 좌초되었다. 이들은 프랑스의 지중해함대를 무찌르고 귀향하는 중이었기에 영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경도를 잘못 파악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고, 그것의 대가는 선원 2000명의 죽음이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영국에서는 항해 중 경도를 결정하는 방법을 찾는 국가적인 노력이 시작된다.
경도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유럽의 대양항해시대 초기 많은 배가 바다에서 종종 길을 잃은 이유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경도가 15도 다른 지역은 1시간의 시차를 갖는다. 따라서 현재 출발지의 시각과 내가 있는 곳의 시각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경도를 결정할 수 있다. 나의 시간은 태양의 고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출발지의 현재시각을 알려면 국제전화를 해야 한다. 16세기에 국제전화가 있었을 리 만무하니 출발지에서 정확한 시계를 가지고 떠나는 수밖에 없다. 당시에 쓰이던 진자시계의 정밀도로는 턱도 없는 얘기다. 결국 1750년대 영국의 존 해리슨은 각고의 노력 끝에 H4라는 기계식 정밀시계를 제작한다. 이 시계는 47일 동안 39.2초 정도의 오차를 가질 뿐이었다. 이런 정밀기술이야말로 영국이 대항해시대를 선도하며 대제국을 건설하는 발판이 되었다.
당시 대양항해를 하고 싶은 나라는 영국뿐이 아니었을 거다. 대양을 안전하게 건너 갈 수만 있다면 가치 있는 자원을 싣고 돌아 올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과학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선각자가 있어 대양항해의 필요성을 깨달았던들 별 소용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를 실행할 과학기술도 경험도 그럴 의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우리는 대양항해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지난 12월 3일 일본은 탐사선 하야부사 2호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에서는 빅뉴스였지만, 국내언론은 '정윤회 사건'에 집중하느라 이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일본은 이미 2003년 하야부사 1호를 발사, 이토카와 소행성의 물질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시킨 바 있다. 소행성 물질을 채취해 가져오는 데 성공한 것은 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하다. 시료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다른 나라에서는 알 수 없다. 이번에 발사한 하야부사 2호는 소행성 '1999JU3'의 물질을 채취해 귀환할 예정이다. 지구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소행성 자원채취기술 확보가 진짜 목적임을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다. 원자 가운데 매장량이 적어 희귀한 것들을 '희토류'라고 부른다. 스마트폰 같은 첨단제품을 만드는 데 일부 희토류 원소가 꼭 필요하다. 흥미롭게도 희토류 원소들은 지구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 2010년에는 중국이 세계 희토류의 95%를 공급하고 있었다. 당시 센카쿠 열도를 두고 중국-일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을 때,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일본이 굴복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희토류는 왜 특정 장소에만 무더기로 존재할까? 그 지역에 희토류를 많이 포함하는 소행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행성 충돌이라고 하면 공룡의 멸종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 소행성은 지구에 없는 원소를 실어 나르는 산타클로스의 썰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만약 희토류를 잔뜩 포함하는 소행성의 자원을 채취할 기술이 있다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SF 같은 얘기일까?
2011년 '플래니터리 리소스'라는 회사가 문을 열었다. 소행성에서 광물을 캐는 사업을 하는 회사다. 나사의 화성탐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었다. 얼핏 황당하지만 이 회사의 투자자들을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전 골드만삭스 회장 존 화이트헤드 등. 2013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 역시 소행성 포획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럽우주국이 보낸 로제타 탐사선이 혜성에 착륙하기도 했다.
지금 세계는 다시 대항해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구에서 구할 수 없다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노력과 재원이 필요하다. 도대체 언제쯤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 예측도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적어도 남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대항해시대 우리 조상의 모습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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