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고등어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대량으로 어획되고 있는 대표적인 연근해 어종 중의 하나로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식품이다. 고도불포화지방산과 아미노산, 핵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 및 생리적 기능이 매우 우수하며 광우병, 돼지콜레라, 조류독감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질병의 위험이 없다. 그러나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빠르게 산패되고 비린내 때문에 생고등어는 대량 소비가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만 구이나 조림용으로 이용되고, 주로 소금에 절인 고등어로 많이 이용된다. 최근 자반고등어(간고등어)는 밥도둑이라 불릴 정도로 맛이 뛰어나 점차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자반고등어는 부패하기 쉬운 내장을 떼어내고 높은 농도의 소금물에 담갔다가 소금에 절여 숙성시켜 만든 보존성이 높은 식품이다. 옛날 내륙지방에서는 냉동시설이 없어 고등어에 굵은 왕소금을 뿌려 절인 상태로 가져와 상하는 것을 방지하였다. 다량의 소금을 이용해 만든 예전의 자반고등어는 과도한 짠맛으로 선호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요즘 생산되는 자반고등어는 저장성 보다는 건강과 편리성을 고려해 소비자 기호에 초점을 맞추어 저염 처리함으로써 특유의 조직감과 적당한 짠맛으로 선호받고 있는 수산가공품 중의 하나이다.
소금을 뿌린 후 숙성시켜 만든 자반고등어에서는 좀 더 독특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감칠맛은 쓴맛, 단맛, 신맛, 짠맛의 네 가지 기본적인 맛 이외의 다섯 번째 맛으로 불린다. 음식물을 조리할 때 맛을 증진시키기 위해 조미료의 맛, 즉 감칠맛이 이용되고 있다. 감칠맛에 들어가는 세 가지 주요 성분들에는 MSG(monosodium glutamate), DSI(disodium inosinate), DSG(disodiumguanylate)가 있으며, 특히 글루탐산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908년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가 다시마 맛의 주성분이 L-글루탐산임을 발견하였고, 그 후 '아지노모토'라는 인공조미료가 개발되었다.
조미료를 만드는 미생물은 코리네박테리움(Corynebacterium)이란 세균이다. 코리네박테리움은 식품 및 사료 생산 등 산업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미생물 중의 하나로 L-글루탐산, L-라이신 등 다양한 아미노산들을 세포 밖으로 생산하며, 삼투압을 효과적으로 이겨내는 기작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코리네박테리움 속(genus)에 속하는 세균들은 산소가 존재하는 곳에서 자라고 병원성이 없으며 토양, 식물의 표면 등 자연계에 널리 서식한다. 1950년대 초 포도당이 있는 배양액에서 글루탐산을 생산하는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C. glutamicum)이 알려졌고, 이후 브레비박테리움(Brevibacterium), 아쓰로박터(Arthrobacter) 등의 미생물이 발견되었다. 주로 설탕을 만들고 남은 폐당밀에 이러한 미생물을 키우면 미생물이 갖고 있는 다양한 화학공장들을 이용하여 음식을 더욱 맛있게 하는 조미료의 원료, L-글루탐산이 만들어진다.
잘 숙성되어 매우 맛있는 자반고등어 1g에서는 감칠맛을 내는 코리네박테리움이 무려 수천 마리 이상 발견되는데, 고등어 내에서 코리네박테리움이 잘 생장할수록 고등어의 맛이 좋아진다. 고등어에 너무 많은 소금을 뿌리면 코리네박테리움이 잘 생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금을 좋아하는 호염성균이 자라 이상한 맛을 낸다. 반대로 소금을 너무 적게 뿌리면 초산균이 번식하여 신맛이 난다. 결국 소금의 농도에 따라서 감칠맛을 만드는 코리네박테리움의 생장 정도와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달라지고, 그 결과 생성되는 맛도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간잽이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코리네박테리움은 고등어에서 병원성 미생물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항생제와 같은 물질도 생산한다고 알려졌다.
자반고등어의 감칠맛은 고등어가 숙성되는 과정 중에 살아가는 코리네박테리움 덕분이다. 자반고등어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경험을 통해 만들어낸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이며 미생물을 이용한 과학적인 식품이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에서 유산균의 역할이 중요하듯 자반고등어에서는 코리네박테리움이 맛과 위생을 책임지는 고마운 미생물이다. 앞으로 미생물은 우리들의 식탁 문화를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주는 데 한 몫을 할 것이다.
인제대 기초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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