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30일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신문지면 평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일시 : 2013년 9월 30일

◇참석위원(가나다 순)

▶송동선(언론인)

▶양위주(부경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염정욱(변호사)

▶이국환(동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황영우(부발연 경제교육 센터장)

◇본사 참석자

▶박희봉(논설실장)

▶변영상(편집부국장)


2013년 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 9월 정기회의가 지난달 30일 본사 5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위원들은 지난 한 달간 전국적인 이슈로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 대선 공약 후퇴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기초연금 파동과 진영 복지부 장관 사퇴를 꼽았다. 지역적으로는 차기 부산시장 후보자 언론 지지도 조사와 민심의 향방,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부진에 따른 사직구장 관중 격감 등을 거론했다. 가을야구는 도시 활력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데 올해 무산된 데 대해 위원들은 롯데구단에 특단의 쇄신책을 주문했다.

- 추천할 만한 책 종종 놓치고 있어…지역민 위해 서평 더 강화했으면
- 공공기관 이전 관련 기사들 관심
- 지역인재 채용 미온적 지적 적절
- 가볍고 자극적인 제목 지양해야

- 국정원 댓글·이석기 내란음모 등 진행 중인 사건 꾸준한 관심 필요
-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관련, BDI 엉터리 검증 문제 비판 타당
- 삼락천 정비 오락가락 보도 당황


▶이국환 : 국제신문 책면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신문과 책은 '독자'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TV를 즐겨보는 사람은 문자가 중심인 책, 신문과 친하기 어렵다. 신문 독자는 그만큼 책 정보에 민감하다. 출판 시장이 불황이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200권 이상 신간이 쏟아진다. 불황 땐 출판사도 좋은 책보다 팔릴 만한 책을 상업적으로 내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 책 추천은 인터넷을 뒤져보면 넘쳐난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상업적으로 변질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국제신문은 지역 대표 언론인만큼 서평을 강화해야 한다. 늘 책면을 유심히 보는데 독자에게 추천할만한 좋은 책을 더러 놓치고 있다. 책 정보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꾀하기 위해 출판전문 기자를 양성하면 어떨까. '책 읽어주는 여자' 등과 같은 외부전문가의 참여 확대도 좋다. 부산·경남지역 출판사나 지역 저자의 책 발굴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주요 일간지 7개를 모니터링했더니 국제신문 내부 필진의 칼럼이 시의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30일 자 국제칼럼 '사과만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인가'는 대통령을 향한 준엄한 비판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이날 자 시론 '융복합의 핵심은 언어다'는 문과·이과 분리정책을 개편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과 견해가 돋보였다. 27일 자 국제칼럼 ''김세연 돌풍'이 던진 시사점'은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 지형을 심도 있게 다루어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26일 자 인문학칼럼 '역사의 모르그와 '밤의 눈''은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며 문제의식에 눈을 뜨게 하는 수준 높은 칼럼이었다. 13일 자 국제칼럼 '부산항에 '조용필 뮤직홀' 만들자'는 상상력이 현실감 있으면서도 유쾌했다. 이에 맞춰 외부 필진도 더욱 시의성 있고 참신한 글을 쓰는 데 노력했으면 한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관련, 해당 직원들이 부산으로 내려오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지역인재 채용에도 미온적이라는 기사는 의미심장하다. 독일은 지방분권이 아주 잘 돼 있다. 지역 기업들은 철저하게 그 지역 대학출신 인재를 채용한다. 우리도 기업의 지역인재 채용 쿼터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황영우 : 근래 부산지역 공공기관 중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곳은 부산관광공사이다. 소속 직원의 부당한 인사 폭로전으로 시작돼 임명된 지 얼마 안 되는 사장이 사직했다. 국제신문도 이를 주요 뉴스로 몇 차례 다뤘으나 최근 기사에선 제목이 눈에 거슬렸다. ''콩가루'된 부산관광공사 대수술'이라는 제목은 격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 제목과 관련해선 12일 자 스포츠 면의 '밥값도 못한 베테랑들~' '혼자 밥값 한~' 등도 가볍다는 느낌이었다. 롯데의 가을야구가 좌절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밥값으로 평가되는 것이 측은하다. 매체들이 보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의 눈길을 끌려는 경향이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기사 내용을 잘 평가한다. 26일 자 데스크시각 '야구 명예의 전당에 대한 우려와 회의감'에 동감한다. 기자가 한국야구명예의 전당을 직접 찾아간 것을 토대로 글을 전개해 현장감 있게 읽었다.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좀 더 준비된 명예의전당이 부산에 건립되기를 바란다. 12일 자 '부울경 지구마을 리포트' 시리즈와 25일 자 남강유등·처용 경남지역 축제 소개는 유용한 정보였다.


▶염정욱 :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국정조사 파행과 관련해 민주당이 여름 내내 천막당사 투쟁을 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발표 이후 민주당 장외투쟁은 언론 보도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혹자는 국정원이 여론의 관심을 대선 댓글 사건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런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이 터지고 난 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도 보도량이 확 줄었다. 채 전 총장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석기 사건은 국정원 발표 내용대로면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결코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보도와 관심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기획시리즈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1부 낙동강 삼각주 이야기'는 흥미롭고 시의적절하다. 에코델타시티 조성으로 떠나게 되는 주민들의 이야기와 낙동강 삼각주의 형성 과정, 그 땅 위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한 설명과 소개가 좋다. 에코델타시티가 건설되더라도 이러한 역사와 문화를 전승·보전하고, 델타시티가 부산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국제신문의 역할이 필요하다. 10일 자 3면에 '삼락천 깔끔, 감전천 칙칙…낙동강 살리기 하천정비 극과 극' 기사가 실렸다. 삼락천 정비는 훌륭하고, 감전천은 엉망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전 8월 23일 자엔 '생태하천 변신 자랑한 삼락천, 준공 하루 만에 물고기 떼죽음'(1면), '썩은 물에서 악취진동, 무늬만 생태하천 복원'(3면) 기사를 실은 바 있다. 또 8월 24일 자에서도 '부산 삼락천 이틀째 물고기 떼죽음'(4면)에 이어 '물고기 떼죽음 삼락천 생태하천 복원 자랑하나'(19면) 사설까지 내보냈다. 이처럼 삼락천 복원의 문제점을 맹렬히 비판하다가 갑자기 정비가 잘됐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두 하천을 정비측면에서만 단순 비교하다 보니 뜨악한 내용이 됐는데, 기사 작성 때 이를 피해갈 수 있는 요령이 떨어졌다고 본다.


▶송동선 :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과 관련해 국제신문은 정보 접근성에 한계가 있음에도 잘 보도했다. 특히 23일 자 국제칼럼 '무서운 대통령' 등을 통해 채 전 총장 논란을 잘 짚었다. 각종 건설사업은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황금의 땅'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 개발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신문은 12일 자 1면 톱 '요트장 재개발 엉터리 검증…'기사에서 "부산발전연구원(BDI)이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의 적격성을 엉터리로 검증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민간 사업자가 30년간 운영권을 갖는 호텔의 수입은 '특2급' 기준으로 계산한 반면 경비는 '특1급' 기준으로 산정했다"는 것이다. 비용이 부풀려진 만큼 부산시가 환수할 수 있는 이익은 줄고 사업자는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기게 된다. 하루 뒤 다시 1면 톱으로 ''검증 오류' 감사원 감사 청구' 사실을 보도하면서 "시민단체와 시의회가 규명에 나서는 등 요트장 재개발 사업의 검증 오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3면 해설기사에서 "BDI의 엉터리 검증으로 민간사업자가 500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이날 '요트경기장 재개발 운영비 뻥튀기기가 될 말인가' 제목의 사설에서 "BDI의 검증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부산시와 BDI 고위층의 압력 행사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며 '재검증'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사안이 중대한 만큼 과연 어떤 식으로 개발될지 꾸준히 추적해 볼 일이다. BDI는 부산시가 출자해 만든 연구기관이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니 검증이 당연히 필요하다.


▶양위주 : 9월은 정부가 내놓은 기초연금제도로 인해 국민들이 혼란스러웠다. 기초연금 축소와 관련해 소득 하위 70%의 기준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다양하게 일었다. 앞서는 중산층이라는 단어가 한동안 회자돼 혼란을 야기했다. 최근 정부가 연이어 던진 '화두'는 민심동요와 자괴감, 상실감을 유발시키고 있다. 국민은 제품출시를 앞두고 시장반응을 살피는 이른바 기업들이 하는 '테스트마켓' 대상이 아니다. 국민은 작은 것에서부터 섬세한 배려와 이해를 통해 공감과 소통을 필요로 한다. 22일 자 '일본인 방문객 '뚝'…생기 잃은 부산관광' 기사는 일본인 관광객 부산방문 현황을 2010~2012년 3개 년도의 월별 도표로 제시해 이해를 도왔다. 특히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 최근 한국관광공사와 부산관광공사의 관계, 그리고 10월 메가이벤트 등과 연계하여 인과관계를 따진 뒤 정상화를 촉구한 것이 돋보였다. 내년 부산시의 국비 예산신청과 관련해 3일 자 '부산시 내년 국비지원 1조 깎였다'에서는 정부의 감액 방침과 감소내용, 신청사업까지 자세히 열거했다. 부산과 경남의 주요 사업을 도표로 제시해 일목요연했다.


정리=장세훈 기자 garisan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