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신이라는 사람은 절강안찰사 시절 부하직원으로부터 당시 귀하게 여기던 구운 거위를 선물 받자 이를 방에 걸어두고 나중에 거위를 선물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가리키면서 선물을 거절했다고 한다. 최근 부산교육감의 옷 로비 사건으로 부산이 시끄럽다. 경찰은 지난 26일 임혜경 교육감에 대해 사립 유치원장 2명으로부터 180만 원 상당의 옷 3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했다. 당사자들은 친분관계를 내세워 대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수장의 일이라 분노가 쉬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다. '오이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처럼 교육감의 처세는 분명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올 들어 영유아의 공교육 활성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교육단체 '학사모'는 얼마 전 성명서를 통해 "교육감 본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으므로 이번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교육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 학생과 학부모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시민사회의 냉정을 주문하기도 했다. 학사모는 특히 옷 로비사건으로 시교육청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립유치원 신설 계획이 흔들릴까 걱정하고 있다. 학사모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교육감의 옷 로비 사건을 첫 제보 받아 자체 조사한 결과, 대가성이 없어 문제 삼지 않았는데 부산시교육청이 공립유치원 신설 관련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하면서 뒤늦게 사건화된 점이 염려스럽다는 것이다. 공립유치원 신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다는 게 이 단체의 분석이다.
시계 바늘을 1년 전으로 되돌려 본다. 지난해 5월 임 교육감은 교육기회 확대와 유아교육비 경감을 위해 2016년까지 31개의 공립유치원을 신·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아 공교육이 열악한 부산의 학부모들과 학사모 등 시민단체들은 교육청의 계획을 환영했다. 2010년 말 현재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공립유치원 수용률이 10% 이하인 도시는 부산이 유일하다. 이는 고스란히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부산지역의 공립유치원 교육비는 월 8만여 원. 월 35만여 원인 사립유치원 교육비의 4분의 1에 불과하니 당연히 학부모들은 공립 시설의 확충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대다수 젊은 엄마의 지지를 업고 시작한 부산시교육청의 공립유치원 신설 계획은 첫발을 떼기가 무섭게 사립유치원 측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추진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계획의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부산시의회를 통해서도 부산시교육청을 계속 압박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듯' 지난해 말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2012년 공립유치원 7곳을 신설한다는 부산시교육청의 조례개정안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를 보류해 임 교육감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언론에서는 사립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시의원이 공립유치원 신설 조례안을 심사하는 교육위원회 소속이어서 사립유치원 측의 의견을 대변했다고 지적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의회는 당초 교육청 안에서 1곳을 줄인 6곳의 공립유치원을 신설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함께 상정한 2013년 설립 예정인 공립유치원 16곳 중에서 11곳의 설립 예산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젊은 엄마들의 가중한 교육비 부담을 외면했다. 이때부터 공립유치원 신설계획을 탐탁잖게 여기는 특정세력과 임 교육감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됐고, 이번 옷 로비 사건이 표면화되자 부산시교육청 일각에서는 "공립유치원 신설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금 부산에는 365곳의 유치원에서 만 3∼5세 유아 3만8000여 명을 가르치고 있다. 이 가운데 공립유치원은 58곳에 불과하다. "어린 나이 때부터 일어나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 현상을 줄여주는 정책을 사회가 고민하고 작동시켜야 그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아네트 라루 교수의 말에 지금 부산사회가 귀를 기울일 때다. 인구 5000만의 '늙어가는 대한민국'에 지금 절실한 것은 공립유치원 확충이다.
온종합병원 행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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