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정책 모범사례, 국내 시스템도 변신 중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가 252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의료나 교통사고 그리고 산업재해 등으로 발생되는 후천적 장애인이 전체 장애인의 90%에 이른다고 하니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장애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후천적 장애를 입은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장애를 통해서 승리했다." 한국인 최초로 그것도 시각 장애를 딛고 미국 백악관 차관보를 지내고 장애인 인권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고 강영우 박사가 한 말이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정부 고위 관직에 오른 것도 높이 평가할 일이지만 보이지 않는 눈으로 비장애인과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백악관의 장애인정책을 조정하는 사람으로서 6년 이상 근무했다 하니 새삼 우리의 장애인 정책을 생각하게 된다.
국민연금공단에선 2007년 4월부터 중증장애수당 지급대상자에 대한 장애등록심사를 시작한 이후 2011년부터 공단 자문의사들의 심사결과를 토대로 장애등급을 결정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또는 의료기관별로 일부 편차가 있던 장애등급이 공단의 심사로 인해 전국적으로 장애요인 및 정도에 따라 일정한 틀을 갖추게 돼 장애인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초를 닦았다고 할 수 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장애인들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여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의 활동보조서비스에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을 확대한 서비스로 전국적으로 5만여 명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장애관련 업무를 하다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한다. 장애인 및 그 가족을 보면 어느 한 명이라도 안타깝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우리 사회나 주위의 시선은 차치하고라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욕구이자 권리조차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포기하고 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지만 아직도 장애인이나 그 가족은 장애관련 정책이나 서비스를 자세히 알기도 어렵고 그런 혜택을 받는 방법조차 알지 못해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연금공단에서 일하며 절실히 느낀 점은 장애인에게 절실한 서비스와 효율적 제공절차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내년도 시행 목표로 장애인서비스지원체계 개편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에선 장애등록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 그들의 욕구와 권리를 위해 관련 예산을 매년 확대 투입하지만 장애인의 직접적 체감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이런 복지체계는 행정에 대한 불신을 낳고 나아가 사회통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다. 새로 개편되는 장애인서비스지원체계는 장애인 중심의 통합적이고 간편한 전달체계 필요성에 따라 2년 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것으로 장애인서비스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장애인들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향상은 물론 선택의 기회가 확대되고 개인별 욕구에 맞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재돼 있는 장애지원 예산이나 프로그램 등을 제때에, 제대로 장애인에게 전달함으로써 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시각장애인 출신으로 처음으로 판사에 임용되었다', '시각장애인 출신으로 처음으로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되었다', '언어장애인 출신으론 처음으로 대학 교수가 되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장애인 관련뉴스다. 이러한 처음이라는 뉴스, 첫 사람이라는 보도가 뉴스가 되지 않고 일상적인 일이 되는 사회, 그런 사회가 진정 건강한 사회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장애심사, 장애활동지원, 장애인서비스지원체계 개편 등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단의 직원으로서 우리 사회가 그런 건강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국민연금공단 남부산지사장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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