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주말에 이뤄진다. 주요 정책이나 이슈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타운홀 미팅'도 한다. 의원들은 여기서 특정 법안에 찬성 또는 반대한 이유를 보고한다. 정부 예산은 얼마나 따왔는지, 어떤 사업에 배정될 건지 설명도 한다. 정치자금 모금도 주말 지역구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고. 결혼식이나 상가(喪家)를 주로 찾는 우리와는 상황이 다른 듯.

일본의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은 선거 때 철저하게 밑바닥을 훑는 선거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2009년 총선에서 압승한 뒤 140여 명의 자파 의원들에게 내린 엄명은 "당분간 도쿄에는 얼씬거리지도 말고 지역구에 헌신하라"는 것이었다. 의원의 정치 생명은 지역밀착형 관리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지론.

의정보고회는 '한국형' 타운홀 미팅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의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정치 신인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명함 돌리기 등 제한적 운동을 하는데 비하면 효과적인 도구인 셈. 선거법상 의정보고회는 오는 11일까지 허용되는데 이날 보고회를 하는 의원도 있다.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을 터. 미국의 타운홀 미팅에 비하면 우리의 의정보고회는 일방적 성격이 강한 편.

의정보고회가 불법 선거운동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3월 경북 상주지역 일부 주민들이 지역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에 참석해 6000원짜리 식사를 대접받았다가 선관위로부터 3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받는 낭패를 당하기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한 탓인지 요즘은 의정보고서가 대세. 하지만 뻔한 내용의 보고서를 각 가정에 대량 발송하는 건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의 상당수 수도권 의원들이 의정보고서에 '한나라당'이란 단어는 물론 당 로고까지 빼고 있어 논란. '표 얻기에 급급한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도 있지만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동정론도 등장. '디도스 파문'에 이어 돈봉투 사건까지 터졌으니 사면초가. 의원들이 소속 정당을 감출 상황이라면 한나라당 이름도 수명을 다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