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밀 병기 '드론'은 이란의 핵시설을 감시하던 무인정찰기다. 이달 초 이란이 전자공격으로 드론을 격추시켰다며 실물을 공개하자 미국이 난감한 표정.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 드론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란은 콧방귀를 뀌는 상황. 오히려 드론에 적용된 첨단기술을 역추적해 '이란형 드론'을 만들겠다고 장담하자 미국은 속만 태우고 있다고. 최신 무인정찰기도 지상의 스태프와 위성통신이 끊기면 미아 신세가 되기 마련.

첨단기술에 의한 정보수집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이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다. 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보수집을 말한다. '휴먼(human)'과 '인텔리전스(intelligence)'의 합성어. 감청 등 신호 분석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시긴트(Sigint·Signal Intelligence)와 함께 정보수집의 양대 수단으로 꼽힌다.

휴민트의 중요성을 역설한 학자는 앨빈 토플러. 그는 199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할 때 미국이 대비하지 못한 걸 두고 "미국이 후세인의 권부 내에 단 한 명의 스파이라도 심어놓았더라면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 '가장 뛰어난 인공위성도 테러리스트의 마음까지 꿰뚫어볼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지론. 미국은 당시 첨단 첩보위성을 동원해 이라크 군대가 쿠웨이트 접경에 집결하는 사실을 눈치챘으나 단순히 후세인이 협박하는 걸로 오판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북한의 남파 간첩도 휴민트 전술. 북한 보위부 소속 공작원이 탈북자로 위장 침투했다가 엊그제 검찰에 구속됐다. 이번 간첩은 서너 달 남파 훈련을 받았던 예전과는 달리 단 보름 동안 속성으로 훈련받은 게 특징.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대북 휴민트 체제가 붕괴된 것은 국정농단 세력 때문이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정부가 대북접촉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바람에 대북 비선라인까지 와해됐다는 게 정 의원의 지적. 적대 관계에 있다고 첩보활동에 필수적인 인적 정보망까지 무너뜨릴 순 없는 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을 까맣게 몰랐던 우리로서는 휴민트 중요성에 새삼 눈길이 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