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 등장하는 동우(董遇)는 늘 책을 끼고 다닌 후한시대의 학자. 하루는 어떤 사람이 동우의 명성을 듣고 찾아와 배움을 청한다. 그러자 그는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며 사양한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고사다. 그 사람이 다시 "책 읽을 겨를이 없다"며 거듭 머리를 조아리자 동우는 "세 가지 여가만 있으면 된다"며 "겨울은 한 해의 여가이고, 밤은 하루의 여가이며, 오래 내리는 비는 한때의 여가"라고 한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얘기.
당나라 시인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즉 남자는 다섯 수레에 실릴 정도의 책을 읽어야 한다'며 다독(多讀)을 강조했다. "책 읽기는 단순히 지식만을 얻는 게 아니라 논리와 객관성, 중립성 등 다양한 가치를 체득하게 한다"고 한 학자는 닐 포스트먼이다.
국문학자 양주동 선생은 수필집 '면학의 서(書)'에서 독서의 즐거움과 면학의 기쁨을 강조했다. 그는 논어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평범한 말이 진리임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 콜럼버스적인 새로운 사실, 워즈워스적인 영감, 랄프 에머슨의 자아인식 등 다양한 발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것. 그가 영어를 독학할 때 '삼인칭 단수'라는 말뜻을 알아내려고 왕복 60리를 걸어 간 일화는 유명하다. 마침내 그 뜻을 알고는 너무 기뻐 "내가 일인칭, 너는 이인칭, 나와 너 외엔 우수마발(牛溲馬勃)이 다 삼인칭야라"고 메모해 독서했다고.
손태현(90) 전 한국해양대 교수의 믿기 힘든 학구열이 화제다. 미수(米壽·88세)를 넘긴 아흔의 노학자가 8년째 매일 해양대 도서관에 나와 연구를 한단다. 최종 목표는 내년 말까지 500쪽 분량의 '한국해양대론'을 펴내는 거다. 그는 젊은이들을 향해 "공부의 맛은 미치지 않고서는 모른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식사는 빵 두 조각과 계란 부침, 블랙커피 한 잔. "배가 부르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그의 믿음에 따른 습관이다. 사는 게 바쁘다며 책을 놓고 사는 현대인에게 손 옹의 탐구 자세는 많은 걸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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