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侮辱)은 깔보고 욕되게 한다는 뜻.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의 수난기는 '모욕'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예수에게 매질을 하고 가시관을 씌운 채 침을 뱉으며 조롱하는 로마인의 모습이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조르주 루오가 그린 '모욕 당하는 예수'는 이를 묘사한 대표적 작품. 국내에서도 전시됐던 이 그림은 거친 윤곽과 어두운 색채를 통해 비참함을 극대화했다는 평가.

모욕죄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명예훼손과 달리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다. 미국이나 서유럽의 경우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는 민사상 위자료 청구의 대상이 될 뿐 형법상 범죄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기 때문. 범죄 성립조건인 '공연성(公然性)'은 블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귀엣말로 상대방을 욕한 뒤 상대가 이 말을 퍼뜨리더라도 '공연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는 표현의 자유와 다투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대법원은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서 상대방을 '대머리'라고 비방한 누리꾼의 명예훼손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 '대머리'라는 표현이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는 것이라 볼 수 없고 인터넷 게시글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 씨를 국회의원 집단 모욕죄로 검찰에 고소해 파문. 최 씨가 KBS 개그콘서트에서 "공약은 말로만 하면 돼요"라고 하는 등 국회의원을 싸잡아 모욕했다는 이유.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는 "맞고소하세요. 업무방해죄로"라며 최 씨를 두둔.

국회의원도 지켜야 할 인격이 있으니 공연히 모욕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터. 하지만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뜻이 아니라면 정치적 풍자에 고소로 맞대응하는 건 과잉 반응이 아닐는지. 가뜩이나 사회적 발언을 하는 '소셜테이너'의 언행이 위축되고 있는 마당이다. 일각에선 강 의원이 의도했든 안 했든 '정치적 노이즈 마케팅'엔 성공했다는 분석도 제기. 아무튼 개그는 개그일 뿐이지만 개그맨의 영향력은 결코 예사롭지 않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