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赤兎馬)는 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장수 관우가 타던 명마. '삼국지연의'에는 적토마의 온몸이 숯불처럼 붉고 잡털이 하나도 없으며, 하루에 1000리를 달렸다고 전해진다. 훗날 적토마는 관우가 마충(馬忠)에게 잡혀 목숨을 잃자 먹이를 거부하며 주인을 따라 죽었다고.

세계의 경주마는 아랍종, 앵글로아랍종, 서러브레드종 등 3종이 주를 이룬다. 1660년 1마일을 1분대에 주파한 아랍계 우수 종마가 생산되면서 경주마 혈통의 역사가 시작됐다. 아랍종은 현대 경주마 개량의 모체. 중앙아시아에서 아라비아반도로 옮겨온 것을 아랍인들이 유목생활에 맞게 개발한 품종. 강철 같은 몸과 뛰어난 지구력, 온순한 성질이 경주마로는 제격이라고. 경주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러브레드종은 영국 요크셔 지역의 암말과 아라비아의 수말을 교배해 탄생. 몸놀림이 경쾌하고 속도가 빠르다.

그동안 경주마 시장은 호주와 미국 등 몇몇 나라가 독식했지만 얼마 전 우리나라도 국산 경주마 3마리를 말레이시아에 처음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들 경주마의 평균 가격이 3330만 원이라고 하니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손색이 없을 터. 선진국에는 '씨수말의 정액 한 방울이 다이아몬드 1캐럿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 우수한 혈통은 가격이 100만 달러를 웃돈다고.

부산경남경마공원소속의 30대 마필관리사가 엊그제 열악한 근무여건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말을 타다 다쳐도 해고 위험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았다는 게 유서의 내용. 심지어 '사생활이 전혀 없고 교도소에서 사역하는 기분'이었다고 하니 마필관리사의 말 못할 고충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듯.

총감독인 조교사(調敎師)에 고용돼 말을 길들이고 관리하는 마필관리사는 경마에 없어선 안 될 필수요원.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린다면 예삿일이 아닌 듯. 기수와 조교사, 마필관리사, 마주(馬主) 등 '경마장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아야 멋진 경마가 나오게 마련. 사람을 홀대하는데 훌륭한 경주마가 나오겠는가. 말(馬)이 아무리 귀해도 주객이 뒤바뀌는 일은 없어야 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