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는 햇빛이 대기 중의 물방울에 의해 굴절과 함께 반사되면서 나타나는 현상. 빛이 물방울 안에서 두 번 반사될 때 1차 무지개 바깥에 2차 무지개가 생기는데 이게 쌍무지개다. 무지개 바깥쪽은 파장이 긴 적색, 안쪽은 파장이 짧은 청색. 하지만 2차 무지개의 색 배열은 1차와 정반대. 무지개의 색상은 물방울의 크기에 좌우된다고. 지름이 약 0.06㎜ 미만의 작은 물방울일 때는 흰무지개(白虹)가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뱃머리에서 튀는 물방울 속에서 무지개를 관찰한 뒤 태양의 반대쪽 물방울이 무지개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옛날 한국에선 무지개를 보고 홍수를 예상했다. 한반도는 편서풍 지대이므로 서쪽 무지개를 보면 비가 곧 동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서쪽에 무지개가 서면 소를 강가에 내 매지 말라'는 속담도 여기서 나온 듯. 성서에서 무지개는 하느님이 '노아의 홍수' 후 다시는 홍수로 지상의 생물을 쓸어버리지 않겠다는 계약의 표시. 그리스신화의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는 제우스의 심부름꾼. 북유럽 신화의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다.

'쌍무지개 뜨는 언덕'은 1950년대에 출간돼 인기를 끌었던 김내성의 순정소설. 쌍둥이 자매가 어릴 때 가난 때문에 헤어져 한 쪽은 친부모 곁에서 부유하게, 다른 쪽은 가난에 찌든 신문팔이 소녀로 자라다 우연히 거리에서 다시 만나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소설가 박범신은 중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이 작품을 읽은 뒤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소설 속 쌍무지개는 두 자매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시킨 화해의 상징인 듯.

지난 주말 부산 광안리 앞바다에서 해운대 장산에 이르는 거대한 쌍무지개가 떴다. 사진깨나 찍는 사람들이 이 장면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개그맨 윤형빈도 카메라에 담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좀처럼 보기 드문 쌍무지개여서 그런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저마다 흐뭇했을 터. 무지개의 일곱 빛깔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와 닿게 마련. 하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꿈과 추억이나 사랑과 행복은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