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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하야리아 부대와 유엔기념공원 /전진성

한국전쟁의 유산 창조적 재생 필요…문화의 상품화 금물, 삶 재충전 장소돼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13 21:28:1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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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에 있어서는 국내 어떤 도시도 부럽지 않은 신기록을 달성해온 부산시가 근래에 들어 보수동 책방골목과 산복도로 등 발전이 지체된 구역들에 대한 '도시재생'의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어 이목을 끈다. 사실 무작정 새 구역을 건설하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창조적으로 '재생'하는 편이 여러모로 합리적이다. 경제적으로는 말할 나위도 없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도시가 인간 삶의 흔적을 보존해온 역사적 공간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역사도시로서 부산을 재생하려는 시당국의 여러 계획들 중 특히 눈여겨봄직한 장소가 하야리아 부대와 유엔기념공원이다. 이 두 곳은 모두 한국전쟁의 유산을 담고 있는 역사적인 장소다.

한국전쟁은 부산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임시수도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수많은 피란민들을 떠안지 않았더라면 부산시는 일제 식민지 유산이 가득한 도시로 남아 있었을지 모른다. 한국전쟁은 계획도시와는 거리가 먼, 마치 누더기 옷처럼 두서없는 부산을 창출했다. 사하구 감천동처럼 피란민들이 모여들어 산복도로를 낀 산동네를 이루기도 하고, 현재의 부산근대역사관인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처럼 일제 때 지어진 서구풍 건물도 일부 건재했으며, 무엇보다 미군부대 시설이나 유엔군 전사자 묘지가 새로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들 새로운 시설은 처음에는 임시방편적으로 마련되었으나 전쟁 후에도 존속하면서 부산을 상징하는 대표적 장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부산의 도심인 서면에 인접한 하야리아 부대는 비록 담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있기는 했지만 부산 시민들의 생활에 실제적인 영향을 끼쳤다.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시절에 이곳은 미제 물건이 흘러나오는 곳일 뿐만 아니라 서구 문화와 접촉하는 창구로도 기능했다. 이곳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한 이들은 서구식 노동윤리를 몸소 익혔고 이곳의 무대에 선 가수와 연주자들은 서구 대중문화와의 값진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재 이곳 부지는 부산시에 반환되어 공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유엔기념공원은 하야리아 부대와는 달리 부산 시민들에게 별다른 욕망이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오랫동안 부산에서 거의 유일한 국제시설이던 이곳은 부산시민보다는 서울에 거주하는 유엔군 파견국 외교관들에게 훨씬 중요한 시설이었다. 한국전쟁이 국제전의 성격을 띠었으며 부산이야말로 그 전쟁의 가장 첨예한 위기 국면의 중심이었음을 유증해주는 최상의 공간이건만 부산시민들에게는 여전히 기회만 나면 그린벨트처럼 해제해버리고자 눈독 들이는 부지에 다름 아니다. 모두 11개국에서 온 사람들의 무덤에서 울려나오는 피맺힌 삶과 죽음의 이야기에는 안중에도 없다. 부산시는 현재 이곳을 부산문화회관 등 주변 문화시설들과 엮어 관광벨트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야리아 부대와 유엔기념공원은 성격상 차이는 있지만 둘 다 부산에 이질적인 공간들이다. 어쩌면 지극히 이질적이기에 이들은 오히려 현대 부산의 역사와 도시형태가 가진 누더기 같은 성격을 증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향후 부산시가 이들 시설을 적절히 '재생'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요즘 유행하는 '문화콘텐츠' 운운하는 논의와 거리를 두어야할 것이다. 부산시는 하야리아 부대와 유엔기념공원을 통해 부산 고유의 '문화콘텐츠'를 외부에 선전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산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기억하고 반성하며 또한 새로운 삶을 재충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할 것이다. 그런 곳이 될 때 결국은 방문자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다. 단언컨대, 문화를 돈 버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아니된다. 그렇게 하면 정작 돈도 벌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문화란 삶의 의미를 찾는 일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이제는 더는 오륙도 바로 코앞에 번지르르한 고층아파트 단지를 세운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한센병 환우들의 애환이 담긴 외지고 풍진 그곳에 이들을 기리는 단아한 박물관이나 추모공원을 만들었다면 방문자들에게 가르침과 감동을 선사함으로써 부산시에 장기적으로 확실한 재정적 이득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부산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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