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연찬회 유감 /조현

국민이 낸 세금으로 호텔·리조트서 여는 공무원 '목·금 연찬회', '향연회'가 더 어울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03 20:55:29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의 유명한 저서에 '향연'이란 것이 있다. 그 내용은 잔치와 같은 향연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비극작가인 아가톤의 연극우승 자리를 축하하는 술자리에서 당대를 풍미하던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사랑(에로스)에 관한 지적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곧, 원래의 제목은 '같이(sym) 술을 마신다(posium)' 라는 뜻을 가진 '심포지엄'이다. 이 플라톤의 심포지엄은 일본 개화기 시대에 플라톤의 '향연'이라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지금은 술과는 전혀 관계없이 학술연구의 발표회나 토론회의 뜻으로 사용된다.

심포지엄이라는 말 외에도 연구 결과 등을 발표하는 모임을 나타내는 말은 매우 많다. 몇 개의 예를 들어보면 연구회, 토론회, 발표회, 세미나, 콘퍼런스, 컨그레스, 워크숍, 그리고 연찬회 등이 있다. 필자도 학교에 적을 두고 이런저런 연구 활동을 하고 있어 연구발표 및 학술대회에 관한 연락을 많이 받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들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다만 연찬회라는 말은 실제로는 연구와 관련된 모임에 사용되는 적이 별로 없는 것으로 기억된다.

사전에는 연찬회(硏鑽會)를 '학문 따위를 깊이 연구하는 모임'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대로라면 연찬회는 소수의 학자들이 공통된 주제와 분야에 대한 연구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연찬회는 이러한 사전적 의미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으며 나름대로 몇 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 특징들 중의 하나는 우선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이는 곧 전문가의 모임이 아니라는 것과 동일하다. 전문가들만 모인다면 그 규모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주제 내용과 진행 방법이 일방적이라는 점이다. 즉 참석자들은 단상과 단하로 나누어진다. 연찬회가 단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실적이 되는 반면 단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몸이 꼬이게 하는 지루함의 시간이다. 진지한 소통과 토의는 없으며 격식과 권위가 지배하는 자리이다. 세 번째는 장소이다. 어떤 기관의 연찬회가 그 기관 내부의 시설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연찬회가 열리는 장소는 으레 호텔이거나 리조트 등의 호화시설이다. 요약하자면 요즈음의 연찬회는 진지한 연구모임이 아니라 소통과 토론이 실종된 권위주의적 모임이며 격식과 형식이 지배하는 고비용의 비효율적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진화하는 법이라 했던가, 최근 말썽이 났던 국토해양부의 연찬회를 보면 연찬회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곧 최근 연찬회는 장소적 특징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새로운 특성을 갖게 되었으니 그것은 공무원 사회에서는 연찬회가 주로 목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목·금 연찬회이다. 자, 공무원들이 리조트에서 목요일, 금요일 양일간 연찬회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유아원 아이들이 답해준다. "목· 금 다음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이에요!"
그 수많은 사람들의 호텔비, 교통비 등 비용도 만만치 않을텐데 도대체 무슨 돈일까? 물론 우리 세금이다. 단, 연찬회가 금요일에 끝나니 예산 배정도 금요일까지만 일 것이다. 그렇다면 연찬회가 끝난 후 토요일과 일요일의 골프 라운딩 비용은? 물론 사적인 일이니까 스스로 부담들을 할 것이다. 이 말을 듣던 초등학생이 웃는다.

일부 공무원들, 도가 지나치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이들에게 사명감을 갖고 국민과 국가에게 봉사해 달라고 할 기분도 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 국민의 녹을 먹고 있으니 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규칙과 룰을 지켜주기를 원한다. 그들이 연찬회를 통해 얻은 결론이 우리 국민들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목·금 연찬회를 하고 토·일은 공휴라고? 먹고 살기 위해 휴일 없이 허리 휘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등록금에 치인 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모자라 범죄에 빠지는 젊은이들이 한둘이 아닌데 그 아까운 세금을 연찬회로 돌리는 저 '무개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솔직해지기 바란다. 목·금의 즐거운 일정을 연찬회라는 말로 호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차라리 플라톤처럼 향연회라는 말을 쓰던지 아니면 잔치를 뜻하는 연찬회(宴饌會)라는 다른 한자말을 쓰기 바란다.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한반도 비핵화’ 탈출로 찾아내야 할 평양 정상회담
어른들은 모르는 방탄소년단의 ‘방탄’세상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활력이 넘치는 교토의 특별한 비밀
부산에 누워 있는 에펠탑이 있습니다
기고 [전체보기]
‘Going Together’ 캠페인으로 선진 정치문화를 /이대규
리차드 위트컴 장군과 세계시민정신 /강석환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지영 논란’ 유감 /이승륜
한국당 부산의원, 더 반성해야 /정옥재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생활 SOC: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한여름의 몽상: 부산의 다리들이 가리키는 ‘길’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미스터 션샤인’ 오해
통일 vs 평화공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김경수·오거돈 선거공약 1호 운명은? /김희국
시, 독립투사 발굴 앞장서야 /유정환
도청도설 [전체보기]
폼페이오 추석 인사
백두에 선 남북 정상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고요한 물
폭서(暴暑)와 피서(避暑)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교육부가 만드는 ‘대학 살생부’
박창희 칼럼 [전체보기]
서부산 신도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설 [전체보기]
공급 확대로 선회한 주택정책, 지방은 뭔가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부 개혁의 시작일 뿐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연금 개혁, 공론조사가 필요하다
지금 ‘복지국가 뉴딜’이 필요하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미친 집값과 서울 황폐화론
포스트 노회찬, 정의당만의 몫일까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