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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할리우드로 간 '영구'와 민족 영화 /주유신

한국형 블록버스터…할리우드 모방, 애국주의에 의존

이젠 영화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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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1-26 21:15:15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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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갓 파더'가 2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비 150억 원을 들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500만 명 정도라는데, 대다수 언론은 최근 이 영화의 흥행 탄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들어 300만 돌파가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내수 시장에서는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인 셈이다.

심형래는 1990년대 말 '용가리'로 한국형 SF 영화에의 도전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코미디언에서 '신 지식인'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8년 후 그가 선보인 '디 워'(2007년)는 국내에서만 8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미국에서 2000여 개 스크린에 개봉되면서 영화의 완성도나 노골적인 '애국심 마케팅' 등을 둘러싸고 굉장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심형래의 열렬한 지지자들을 지칭하는 '심빠' 신드롬을 낳았다.

미국 마피아 대부의 숨겨진 아들이 알고 보니 한국에서 온 '영구'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라스트 갓 파더'는 또 다시 진중권의 '불량품' 언급과 과도한 공적자금 지원을 둘러싼 잡음 등 논란에 휩싸였다. 물론 '슬랩스틱 코미디만 있고 영화는 없다'는 혹독한 비평도 벗어날 수 없었다.

심형래가 '한국의 스필버그'를 꿈꾸면서 CG(컴퓨터 그래픽)를 비롯한 영화 기술에의 집념을 통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체물을 지향한 것이 '디 워'라면, '라스트 갓 파더'는 내용적 설정은 물론이고 배우 및 스태프 구성 등에 있어서 할리우드와의 철저한 동질화 전략의 산물이다. 어떻든 이 모든 과정은 할리우드라는 중심부를 향한 끊임없는 지향과 구애를 보여준다. 그 결과 대다수 언론과 '심빠'들이 주도하는 여론몰이를 통해 한국영화 해외 진출의 영웅이자 산업적 위기 탈출의 모델로 추앙받게 된 심형래의 영화들, 이것이 갖는 문화정치적 의미는 무엇이고 또 민족 영화와 맺는 관계는 무엇일까?

민족영화는 영화라는 매체가 민족, 민족 정체성, 민족 문화의 구성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와 연관된다. 특히 민족의 경계를 위협하는 동시에 민족 정체성의 강화를 야기하는 모순을 빚어내고 있는 전 지구화 시대에 민족 정체성의 구성과 승인에 있어서 중요한 장으로 기능하는 민족영화는 더더욱 주목을 받게 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이후 도래한 '한국 영화의 두 번째 르네상스' 속에서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둘러싼 담론은 본격적인 민족영화 논의의 계기가 됐다. '퇴마록'(1998년)을 홍보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됐던 이 용어는 IMF 등을 비롯한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언론은 물론 관객들에게 놀라운 정서적 호소력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단숨에 한국 영화산업의 부흥을 주도할 수단이자 할리우드에 대항할 대표선수로 간주되면서 민족영화로 등극한다.
그러나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용어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그 태생에서부터 모순과 분열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할리우드의 대체물이 되기 위해 보편성과 유사성을 지향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 고유의 역사와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띠게 되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큰 문제는 그 영화들이 내용적으로는 비판의 기능을 멈추고 형식적으로는 현실을 가리는 가상의 이미지들로 넘쳐날 뿐만 아니라 제작, 배급, 상영의 모든 측면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영화산업의 구조를 기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영화적,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규모와 기술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면서 할리우드라는 '전 지구적 주류 영화'에 대한 모방만을 추구하는 심형래의 영화만들기와 그 결과물들은 바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보여준 자기 모순과 역기능을 더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진단은 애국주의를 넘어 시대착오적인 국수주의로 치닫는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나 심형래 영화의 비판자들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반응을 보면서 더 깊은 우려와 불안으로 귀결되고 만다. 기본으로 돌아가 '영화를 영화로서만 보자'고, '우리 안의 차이들에 대한 똘레랑스를 회복하자'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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