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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얘들아, 삼촌하고 놀자 /서진

진심으로 행복한삶 주고싶은 부모라면

아이들이 잘놀게 돕는 노력 필요해

  • 서진 소설가
  •  |   입력 : 2010-04-17 03:22:48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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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는 볼 때마다 피곤함을 호소한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가서 저녁을 먹을 때쯤이나 돌아오고 저녁에는 가끔 개인 과외도 하기 때문에 맘 놓고 쉴 틈이 없단다. 내가 그 나이 때는 주산학원을 재미 삼아 다닌 것이 전부다. 철길이나 부둣가, 산속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조카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시키는 누님에게 특별한 교육 철학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보낸다고 한다. 내가 아이가 생기면(작년에 결혼해서 아직 멀었지만) 알아서 마음껏 놀게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아이가 생기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 거라고 누님이 말했다. 정말일까?

나는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좀 더 놀았으면 좋겠다. 외국인의 눈에도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풍은 이상하게 보이는가 보다. 자주 방문하는 외국 여행 사이트인 메타도르(matadornetwork.com)에서 미국인 영어교사가 한국에서의 사교육 열풍이 다른 아시아 나라와 비교해서도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쓴 글을 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교육 시스템이 잘못되었고, 부모들의 욕심도 돌이킬 수 없다고 치자. 제일 무서운 건 그런 시스템과 어른들 밑에서 어떤 것이 옳은지 모르고 착하게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다. '많은 시간 공부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반문하던 어린 학생의 말에 답변을 할 수 없었다는 영어 강사의 복잡한 심정이 이해가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절대로 나쁘지 않다.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강요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는 공부는 굉장히 나쁘다. 결국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서 남는 건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남들 노는 시간에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뿐인 것이다.

십분 양보해서 열심히 공부한 결과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치자. 그런 식으로 공부했던 아이들이 기껏해야 대학에서 하는 건 도서관에 처박혀 또 다른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 내고 공무원이나 선생님이 되라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공양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돈을 잘 벌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아이들이 결국에는 돈을 잘 벌어서 행복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행복을 찾아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누군가 시키는 대로 밤늦게까지 묵묵히 일을 할 뿐이다. 그러면 행복은 퇴직을 하고 나서야 있단 말인가? 말하기 쑥스럽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월급순도 아니고, 아파트 평수와 자동차의 종류도 아니다. 해답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나도 잘 모른다. 단 한 번이라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의 기준에 타협하지 않고 가슴에서 솟아나는 진심으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봤으면 한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문제는 부모 스스로도 어떤 길이 제대로 자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남들이 누구나 한다는 사교육이 조카에게 진정 이득이 되는지 한 번만 더 생각해보라고 누님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나는 시간을 내서 조카와 놀아줄 수도 있다. 이럴 때, 초짜 소설가인 동생을 이용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우리는 함께 동시를 지어볼 수도, 동화를 쓸 수도, 아니면 애완견 보동이와 광안리 산책을 나가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작가 데이브 에거스는 자신의 출판사 한 귀퉁이에 방과 후 숙제를 도와주는 공간을 만들어 아이들과 현역 작가들을 직접 연결해 주었다. 아이들은 1대1로 작가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 작가들은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은 그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비영리 단체로 운영되고 있다. 예술인들이 사회참여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남는 시간에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것이 어쩌면 더 직접적인 사회참여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사교육 때문에 피곤한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에게는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작가들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얘들아, 이제 싫다는 학원은 그만 다니고 삼촌하고 놀자. 그리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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