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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시의 반문화 마인드 /박희봉

쥐꼬리 문화예산…의지결핍의 증거

문화재단·위원회 확 뜯어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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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21세기 도시 경쟁력의 핵심은 문화다. 산업과 경제적인 융성은 부를 가져다 주긴 하지만 세계적인 도시로 올라서는 데는 미흡하다. 대표적인 공업도시로는 울산과 창원, 구미, 포항, 거제 등이 꼽히지만 명품도시로 보지는 않는다. 부산으로 눈을 돌리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문화를 바라보는 부산의 시각은 한마디로 문맹 수준이다.

부산의 여건은 어떤 도시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인구가 줄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350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다. 산과 들, 강, 바다 등 천혜의 자연경관도 갖고 있다. 부산항을 낀 세계적인 물류도시란 점도 간과할 수가 없다. 사람과 상품, 문화의 흐름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물류는 사람의 이동을 촉발시키며 사람을 따라 문화도 흐르게 된다. 김지하 시인이 "부산은 문류(文流)도시로 최적합지"라고 말한 것은 이런 요인 때문이다.

다들 부산을 문화 불모지라고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문화가 없는 게 아니라 문화정책이 없는 것이다. 부산시가 문화를 보는 시선은 상당히 후진적이다. 돈이 되지 않고 도시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시각이다. 21세기가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데 그들은 아직도 구시대적 사고에 젖어 있다. 세계 속에서 부산의 문화정책을 바라보면 거의 지진아 수준이래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예산 7조8000억 원 중 문예진흥에 투입하는 순수 부산시의 예산은 15억 원도 안 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을 합쳐도 100억 원에 못 미친다. 이런 돈으로 각 예술 분야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다 보니 현상 유지도 힘겹다. 시는 늘 예산 타령이지만 정말 그러한가. 동부산관광단지 조성에 들어가는 은행빚의 하루 이자만도 1억 원에 달한다. 전략적 오판으로 인한 손실비용만 아껴도 문화예술에 투입할 예산은 충분하다. 문제는 의지와 인식의 결여다.

물론 부산예술회관, 제2시립미술관, 오페라하우스 등 각종 문화인프라 구축에 많은 돈을 들이고 있기는 하다. 하나, 하드웨어에만 치중하고 소프트웨어 확보를 게을리한다면 의미가 반감된다. 이는 또 하나의 전시행정에 다름 아니다.

부산은 수십 년간 경제진흥에 재정의 대부분을 투입했다. 한데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는 허망하다. 결과적으로 부산시의 전략적 선택은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이야기가 좀 비약인지는 모르겠으나 문화 마인드의 결여도 한몫을 했다고 판단된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들은 하나의 패턴을 지니고 있다. 산업도시였다가 시대 변천에 따라 쇠락하면서 문화도시로 변신하여 최고의 도시로 부상했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철강, 조선, 화학 등 주력산업이 쇠락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고심 끝에 채택한 돌파구는 문화였다. 시의 모든 정책은 문화를 중심에 놓고 도시재건 작업을 펼쳐 나갔다. 구겐하임 박물관 건립도 그중 하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은 성공의 보증수표였다. '유럽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영국의 글래스고나 리버풀, 이탈리아 볼로냐 등도 똑같은 길을 걸었다.
이들 도시의 규모는 부산에 비해서는 훨씬 작지만 여건이 비슷해 본받을 가치가 있다. 전통산업이 몰락하고 새로운 산업을 키우지 못한 부산은 그들이 어떻게 부활했는지 배워야 한다.

지금 부산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문화는 안중에도 없다. 이래서는 비전이 생기기 어렵다. 정말 부산의 재기를 바란다면 문화정책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는 문화정책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순리다. 문화재단을 만들어놓고도 시의 통제하에 두려는 구시대적 행태는 제거해야 마땅하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재단설립은 하나 마나다.

부산문화를 총괄하는 부산시문화예술위원회의 운영행태도 싹 바꿔야 한다. 말이 좋아 문화예술위원회지 1년에 두세 번 회의를 하는 게 전부다. 회의 내용이래야 부산문화의 큰 그림이 아니라 시시콜콜한 안건을 다루니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부산의 문화도시화는 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재단의 위상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 협치의 시늉만 내고 실제로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면 문화도시는 백년하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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