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각지 추모객 김해 발걸음
- 대권 후보·국회의장 등도 참배

“시국이 어지러울수록 오직 국민만 생각하던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이 많이 납니다.”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대통령 묘역 인근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6주기인 지난 23일 오전 9시 서울에서 온 이한준(43) 씨가 김해생태농업단지 내 농로를 따라 봉하마을을 향해 걸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을 기만하지 않고 싫은 소리도 듣는 인품을 가진 분이었다”며 “그 모습을 기리고자 이 자리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보면 환히 웃으실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봉하마을 일대는 추도식 이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추모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묘역 앞 헌화대에는 추모객이 분향하며 놓아둔 국화가 가득했고, 그 옆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자리했다.

대선 후보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난 뒤 묘역 앞에서 헌화하고 참배했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취재진에게 “정치는 공존과 상생, 대화와 타협을 통해 통합을 이루는 것이 본질이지만 요즘 상대를 제거하는 분열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잘못된 정치의 희생자였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곳에서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따라가 보니 어려운 작은 당에서의 정치를 선택했을 때 마음을 잘 알 것 같다”며 대선 완주의 뜻을 내비쳤다.

추도식은 오후 2시 대통령 묘역 인근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엄수됐다. 슬로건은 시민 공모로 선정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묘비에 적힌 문구를 차용했다.

본 행사에는 권 여사와 아들 노건호 씨 등 유족과 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함께 자리했다. 정당 인사로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이, 정부 측에선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정치 개혁과 부패 청산, 균형 발전, 평화와 번영 등 수많은 ‘노무현의 길’을 따라 이곳에 모였다”며 “지난 겨울 그 신념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민주주의 역행을 막은 것은 대통령 말씀 그대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께서 온몸으로 맞섰던 기득권의 벽을 함께 넘어, 정치가 약한 자의 가장 강한 무기가 되도록 만들겠다”며 “국민의 삶 속에서 민주주의를 꼭 실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날 노무현재단 측은 약 1만5000명이 행사장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