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아이 낳으면, 키워 주실래요? /제정임

가려운 곳 못 긁는 정부 육아대책… 한숨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26 20:19:19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 집 아이 둘은 일곱 살 터울이다. 원래는 2~3년 차이로 낳아 친구처럼 자라게 하고 싶었는데 첫 아이를 낳고 보니 '깨몽', 꿈에서 확 깰 수밖에 없었다.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직장생활에 맞춰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입주도우미와 파출부, 어린이집 등을 상황에 따라 총동원했지만 늘 전전긍긍이었다. 어르신들은 항상 건강하기가 어려웠고, 아이를 꾸준히 돌봐줄 아주머니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린이집은 우리의 출퇴근에 비해 너무 한정된 시간만 아이를 맡아주었고, 시설이나 교육면에서 마음 놓이지 않는 곳도 많았다. 열나고 찡찡대는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출근하는 날이면 '과연 일을 계속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일쑤였다. 아이 때문에 직장 그만 두는 이들의 심정을 백번 공감하고도 남았다. 그러니 아이를 하나 더 낳는 일이 또 한 번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미루고 미룰 수밖에 없는 힘든 결정이 됐던 것이다.

놀라운 것은 경제가 성장하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고, 양성평등을 위한 제도가 보완된 지금도 젊은 주부들이 여전히 10~20년 전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출산을 앞둔 후배에게 '아이를 어떻게 키울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시가와 친정 모두 돌봐줄 형편이 못되고, 집 근처에 믿을 만한 공립어린이집이 있어 가봤더니 대기자가 이미 150명이나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정규직이며 중산층인 이 친구는 부담이 되더라도 괜찮은 어린이집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대다수 맞벌이 서민층의 고민은 훨씬 심각하다. 그 중에서도 최저임금 언저리의 박봉에, 몇 시간씩 걸려 출퇴근을 하고, 야근도 군말 없이 해야 하는 생계형 비정규직 엄마들의 처지는 처절할 지경이다. 더 오랜 시간, 더 싼값에 아이를 맡아주는 곳을 찾다보니, 시설의 안전성이나 교육 내용은 못 따진다. 때때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가 아이를 피멍들게 때렸다' '상한 음식을 먹였다' '낡은 놀이시설에 아이들이 다쳤다' 등등의 뉴스라도 볼라치면 심장이 내려앉는다. 또 전업주부라고 해서 애 키우기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어린이집, 유치원부터 시작된 사교육비 부담이 초,중,고로 올라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 이처럼 여전한 반면, 한 가지 확실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젊은이들의 대처방식이다. 예전엔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았다면, 지금은 아예 낳지 않는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가 된 배경일 것이다. 최근 정부가 저출산대책을 마련한 것도 상황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그 처방이 남의 다리 긁듯 핵심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젊은 부부들은 무엇보다 '합리적 비용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집 가까이' 있길 바란다. 출산율 높이기에 성공한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보육시설의 80~90%를 국공립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정부가 나서서 양질의 보육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른바 '보편적 복지'의 관점에서 아이 키우는 문제를 풀어보자는 얘기다. 우리는 국공립 보육시설이 5% 미만인데, 이번 대책에서도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안 보인다. 대신 보육비를 지원한다는데, 이마저 없는 것보단 낫지만 안심하고 맡길 시설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근본 대책은 못 된다.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수당을 늘리는 것 역시 방향은 옳지만, 이런 제도를 쓸 수 없는 비정규직에겐 '그림의 떡'이다. 여성근로자의 70%가 사실상 비정규직이고, 집값은 너무 비싸 방 한 칸 늘리기 어렵고, 사교육 때문에 적자 가계부를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서 '돈 좀 줄 테니 아이 낳아라'하는 처방이 과연 환영받을 수 있을까.

지난 추석 연휴에도 젊은 부부들은 스트레스 꽤나 받았을 것이다. '이젠 애를 낳아야지' '둘째를 봐야지'하는 어른들 때문에. 관심과 걱정 때문이란 걸 알지만, 아주 힘겨웠던 젊은이도 많았을 것이다. "아이 낳으면, 키워주실래요?"하는 반문을 목젖에서 꾹꾹 누르느라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청동초 참사 얼마 됐다고…또 민원에 밀려난 통학로 안전
  2. 2서면 돌려차기男 징역 20년 확정(종합)
  3. 3한덕수 총리 해임안, 헌정 사상 첫 가결…尹대통령 거부할 듯(종합)
  4. 4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지도부 사퇴, 비명-친명 갈등↑
  5. 5부산 하반기 공공기관 통합채용 평균경쟁률 24.64 대 1
  6. 6중·영도구 10만 명당 사망자, 부산 평균보다 100명 많다
  7. 7찬공기 남하…부울경 좀 쌀쌀, 내륙 아침 최저 15도 안팎
  8. 8편의점서 마트서 추석 한 상 다 차렸네
  9. 9‘교권회복 4법’ 통과…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로 징계 못해
  10. 10野 29명의 반란…이재명 영장심사 받는다
  1. 1한덕수 총리 해임안, 헌정 사상 첫 가결…尹대통령 거부할 듯(종합)
  2. 2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지도부 사퇴, 비명-친명 갈등↑
  3. 3‘교권회복 4법’ 통과…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로 징계 못해
  4. 4野 29명의 반란…이재명 영장심사 받는다
  5. 5李 사실상 불신임 “비대위 구성을”…민주 분당 수면 위로
  6. 6부결 촉구 메시지 오히려 역효과…지지층 압박도 이탈표 부추긴 듯
  7. 7[속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르면 26일 구속 여부 결정될듯
  8. 8“李, 대규모 비리 정점…잡범 아닌 중대범죄 혐의자”
  9. 9조정훈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엔 어마어마한 기회… 국힘엔 위기"
  10. 10부산교통공사 ·시설공단 대표 시의회 인사검증 통과
  1. 1편의점서 마트서 추석 한 상 다 차렸네
  2. 2청년인턴 6개월 이상 채용한 공공기관에 인센티브 준다
  3. 3정부 "추석 겨냥 숙박쿠폰, 27일부터 30만 장 배포"
  4. 4‘휴캉스’ 송편 만들기·스파 패키지 풍성
  5. 5[속보]코스피 2500선 아래로 무너져, 고금리에 투자 심리 악화
  6. 6“부울경, 차등전기요금제 발전동력으로 활용해야”
  7. 7긴 추석연휴 부산항 정상운영한다
  8. 8외식비 이래서 비쌌나…가맹점주 울리는 '강매' 제도 손본다
  9. 9연금 복권 720 제 177회
  10. 10롯데百 마산점에 지역 상생식당 문 열다
  1. 1청동초 참사 얼마 됐다고…또 민원에 밀려난 통학로 안전
  2. 2서면 돌려차기男 징역 20년 확정(종합)
  3. 3부산 하반기 공공기관 통합채용 평균경쟁률 24.64 대 1
  4. 4중·영도구 10만 명당 사망자, 부산 평균보다 100명 많다
  5. 5찬공기 남하…부울경 좀 쌀쌀, 내륙 아침 최저 15도 안팎
  6. 6대법 “공포 느끼면 강제추행 성립”…‘항거 곤란’ 기준 40년 만에 폐지
  7. 7[속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르면 26일 구속 여부 결정될듯
  8. 8또 유아인, 공범 구속영장 기각…증거인멸 지시, 대마 강요 혐의 추가
  9. 9야영장 조성 현장에 폐기물 1만7500t 불법 매립한 업체 대표 등 구속
  10. 10우주는 탄생과 소멸 묻지 않건만, 사람은 어찌 시작과 끝을 묻는가
  1. 1첫판 충격의 패배 ‘보약’ 삼아 캄보디아 꺾고 12강
  2. 2‘47억 명 스포츠 축제’ 항저우 아시안게임 23일 개막
  3. 3세대교체 한국 야구, WBC 참사딛고 4연속 금 도전
  4. 4수영 3관왕 노리는 황선우, 中 라이징 스타 판잔러와 대결
  5. 5근대5종 대회 첫 金 조준…남자축구 3연패 낭보 기대
  6. 6한국 양궁 역대AG서 금메달 42개
  7. 7부산시-KCC이지스 프로농구단 25일 연고지 협약식
  8. 8김민재, UCL 무대서 뮌헨 승리를 지키다
  9. 9롯데 “즉시 전력감보다 잠재력 뛰어난 신인 뽑았다”
  10. 10거침없는 부산, 1부 직행 가시권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현대 과학기술이 위험한 근본적 이유
기고 [전체보기]
안전한 세상에서 아동은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메가이벤트는 재정정치게임? 지역의 희망?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고삐 풀린’ 부산 분양가 괜찮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양말 뒤집어 신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자연과 인간을 잇는 원초적 매개체
무대 밖으로 뛰쳐나온 예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젠 팬이 원하는 감독을 보고 싶다
부산형 특구 성공 조건은 ‘앵커기업’ 유치
도청도설 [전체보기]
‘에코델타동(洞)’ 논란
21세기 ‘러다이트’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시즈오카의 녹차 젤라또
대구 뭉티기
사설 [전체보기]
출구 없는 여야 대결의 정치가 빚은 헌정사 오점
공감과 실천 필요한 ‘부산 건축·도시디자인 혁신안’
세상읽기 [전체보기]
출산정책 헛다리 그만 짚고 고용안전성 높여라
천고마비 계절에는 마음의 허기 채우자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해인의 서랍에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두 권의 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적 공간의 미학
중세 고려의 여름, 휴가와 K-잔치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야만의 과학
밥의 길, 쌀의 미래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글로컬대학 30, 성공은 총장 리더십에 달렸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화해의 와인
와인, 스토리텔링
특별기고 [전체보기]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가 비과학적인 이유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12음기법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화가 장욱진이 온다
황창배의 ‘곡고댁(哭高宅)’
CEO 칼럼 [전체보기]
세계박람회와 벡스코 제3전시장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잠재력과 성장성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