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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헌과 이원집정부제 /이재호

강력한 대통령제 통제하는 방법은 3권분립·지방분권 제대로 하면 충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15 21:16:1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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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정치권발 개헌론이 연기만 모락모락 하고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 형태에 대한 헌법이론에는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가 있을 뿐 분권형대통령제라는 것이 없으므로 분권형대통령제는 이원집정부제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전적인 3권분립 이론은 18세기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최초로 제시한 이래 현재 세계의 민주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는 제도가 되었다. 몽테스키외의 3권분립론은 권력의 집중은 권력의 남용을 낳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몽테스키외는 국가권력을 입법권 집행권 사법권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집행권을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집행권을 나누는 것은 표준적인 정부 형태의 변형이며 성공한 예가 없고 결국은 한쪽으로 힘이 쏠렸다. 민주정부 형태의 고전적이고 표준적인 유형은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이다. 두 제도는 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어느 쪽이 더 민주적이고, 더 선진적이라 말할 수 없다. 당해 국가의 정치적 전통과 역사적 상황에 따라 선택된 것이다. 의원내각제는 1721년 영국의 수상 월폴에게서 시작되어 150년 후인 빅토리아여왕 때 디즈레일리 수상에 의해 내각이 '폐하의 정부'가 됨으로써 완성된 제도이다. 현재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거의 서유럽국가이며 대부분 국왕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왕이 있으면 대통령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국왕이 있는 일본과 태국을 제외하면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로 독립 후 영국 제도를 따른 것이다.

내각제는 정교한 제도이므로 성공을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공직에의 헌신성, 정치중립적 직업공무원제도, 건전한 양당제 등 많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착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 대통령제를 통해 산업화·민주화를 달성하고 수평적 정권교체까지 이룬 한국이 새삼스레 의원내각제로 바꿀 이유가 무엇인가.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국민이 소수에 불과한 것은 한국의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성향상 내각제는 프랑스의 예에서 보듯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신대통령제로 비난받았던 남미와 동남아 제국의 대통령제도 이제 민주적 제도로 정착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독일 바이마르헌법에서 최초로 나타난 정부 형태이다. 제1차 세계대전 패전과 카이젤수염으로 잘 알려진 빌헬름황제의 국외탈출 후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독일은 이후 시행된 총선거에서 소수정당의 난립으로 내각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타협책이 대통령과 수상의 역할 분담이라는 변형적 제도였다. 이것은 집행권의 단일한 행사라는 3권분립의 정신에도 맞지 않았다. 선거 때를 제외하면 국민의 의사에 무신경한 정당의 보스들은 각자 나누어 먹을 수 있는 허약한 정부를 선호했다. 결과는 1933년의 히틀러의 등장이었다. 히틀러는 수상이 된 후 대통령직까지 접수하여 결국 전쟁으로 독일을 파멸시켰다. 과학과 철학, 시와 음악의 나라가 비이성적 야만에 굴복한 것이다.

프랑스의 1958년의 제5공화국이 헌법 이론상 이원집정부제의 예로 거론된다. 프랑스의 제3, 제4공화국의 의원내각제는 제3공화국 최후 10년간 26회의 내각사퇴, 제4공화국 내각 최장 존속기간 17개월이라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국민의 여망에 따라 등장한 드골 대통령의 제5공화국 헌법은 과거 의원내각제의 요소를 일부 남겼지만 7년 임기의 직선제 대통령이 법률안거부권, 수상임명권, 의회해산권을 가지는 권위적 대통령제였다. 하지만 정치중립적 공무원제도와 법치의 전통지방분권이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통제한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통제하는 것은 분권형대통령제가 아니라 3권분립과 지방분권이다. 내각제적 요소를 가진 현행 한국 헌법에서도 국회가 합법성에 대한 통제만 제대로 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은 불가능하다. 정치권의 분권형대통령제 주장은 서투른 목수가 연장 나무라는 격이다. 주권자이며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접어야 한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국민들은 분권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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