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란 뜻을 가진 부사다. 꼬치꼬치 낱낱이 속속들이 요모조모 면밀히 상세히 자세히 옴니암니 등이 비슷한 말이다.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캔다’는 속담이 박경리 소설 ‘토지’ 초반부에 나온다. 일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자세히 알아보는 경우에 쓴다. 미주알은 창자의 끝, 항문에 닿는 부분이며 밑두리는 둘레의 밑부분이다. 고주알이나 콧두리는 운(韻)을 맞추려고 덧붙였다.
‘토지’에선 이 속담이 공동체의 갈등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선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사용될 수 있다. 대통령(V1) 위에 군림한다며 ‘V0’로 불린 김건희 여사 이야기다. 지난 28일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는 첫 사례로 헌정사에 오점을 남기면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알선수재)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281만5000원을 선고했다.
이 1심 판결을 두고 후폭풍이 만만찮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과 명태균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를 받은 부분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총 징역 15년 및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4800만 원의 9분의 1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해괴한 판결” “국민상식 무시”라고 날을 세웠다. “V0라 불리며 국정을 좌우한 김건희 씨의 위상이 훼손될까 걱정될 정도의 형량”이라는 취지다. 국민의힘에선 지도부가 공식 입장을 자제한 채 역대 최대 규모 수사 인력과 최장 기간 수사에 100억 원 넘는 세금을 쓰고도 15년 구형이 민망할 지경이라며 특검을 비판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겠으나 여론도 이 지점에서 갈라진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김 여사 성역화의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상급심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게다가 김 여사는 공직 대가로 금품을 받은 매관매직 의혹 및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한 재판 2개를 앞두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하며 청탁과 결부된 고가 사치품으로 치장하는데 급급했다고 꾸짖었다. 민 특검팀은 항소 의사를 밝혔고, 다음 달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다.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캘 일이 아직 남았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