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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배우 안성기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6-01-05 18:30:0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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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를 잃었다. 흥행 영화의 기준점이라는 ‘1000만 영화’를 처음 만들었던 배우, 69년 동안 스크린에서 170여 편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 배우, 영화계의 든든한 울타리였던 배우,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반석 위에 설 수 있도록 도왔던 배우다. 안성기가 5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참 아까운 나이다.

5살 때 ‘황혼열차’(1957)로 시작해 ‘병사와 아가씨들’(1977) ‘바람불어 좋은 날’(1980) ‘만다라’(1981) ‘꼬방동네 사람들’(1982) ‘고래사냥’(1984) ‘칠수와 만수’(1988)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투캅스’(1993) ‘태백산맥’(1994)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실미도’(2003) ‘라디오스타’(2006) ‘부러진 화살’(2012) ‘화장’(2015)을 거쳐 마지막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2023)로 장식된 그의 필모그래피는 한국 영화사의 다른 이름이다. ‘천의 얼굴’로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임권택 배창호 이장호 정지영 이준익 이명세 등 거장들의 페르소나가 됐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우리나라 첫 1000만 영화 ‘실미도’에서 고인의 “날 쏘고 가라”는 대사가 또렷하다.

배우란 이런 것이란 표상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2017년 데뷔 6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영화인들과 영화가 좀 더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성인 연기자로서의 삶을 출발하면서 저 자신을 굉장히 다그치고 많은 자제를 하면서 살았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모든 걸 하고 싶고’, ‘영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은’ 배우 그 자체다.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아 영화계 권익 보호에 앞장섰던 이유였을 터이다.

BIFF와 인연이 각별하다. 사회와 심사위원, 그리고 응원군으로 1회부터 거의 빠짐없이 힘을 보탰으며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부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를 이끌었다. 차인표 김혜수 등과 함께 만든 광고 출연료를 BIFF에 기부했으며 이른바 ‘다이빙벨’ 사태로 촉발된 영화제 독립성 논란 속에선 영화제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배우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야, 내가 나이 들어 여기까지 갈 수 있었으니 너희도 여기까지는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배우의 정년을 늘리는 일을 한다고 할까.” 2006년 제11회 BIFF 오픈토크에서 고인이 한 말은 이제 후배들 몫으로 남았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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