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수산물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이 드디어 첫 삽을 떴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지난 19일 서구 남부민동 어시장 현장에서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가졌다.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현재 어시장 부지에 2422억 원(국비 70% 시비 20% 자부담 10%)을 들여 연면적 6만1971㎡(지하 1층 지상 5층) 신축 건물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생선의 양륙·선별·위판 전 과정에 저온 밀폐 시스템인 콜드체인 방식을 적용하고 하역과 물류 자동화로 위생 속도 안전성 3박자를 갖추게 된다. HJ중공업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오는 2029년 말 완공이 목표다.

지난 19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열린 현대화사업 착공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최현호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정연송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등 참석자들이 착공기념 터치 포디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973년 개장한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은 올해로 52년째를 맞았다. 연간 13만ｔ 가까운 수산물이 이곳에서 거래된다. 전국 연근해 수산물의 30%, 국내산 고등어는 8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하지만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전근대적인 시설과 위판 방식은 늘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번 현대화 사업을 계기로 저온 유지가 가능한 밀폐형 자동화 위판장으로 탈바꿈하면, 위판 유통 관광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거듭나는 것도 시간 문제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수산물 유통 1번지가 되는 셈이다.

어시장 현대화 사업에 ‘드디어’라는 수식어가 붙는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13년 부산시 최초 계획 수립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이 따랐기 때문이다. 현대화 사업은 비용 거의 대부분(90%)을 국시비로 조달하는데도 10% 자부담과 설계 내용이 문제였다. 어시장을 공동소유하는 5개 조합이 난색을 표한 것이다. 이 와중에 부산시가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공영화 카드가 거론되면서 현대화 사업은 더 늦어졌다. 수협중앙회가 어시장 최대 주주로 나서 자부담 문제는 해결되는 듯 했으나, 시공사가 선정되고 착공만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어시장 측에서 여러 조건을 내거는 바람에 또다시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그렇게 허비한 세월이 무려 12년이다. 2029년 완공되면 애초 계획(2018년)보다 11년 늦어진다.

23일이면 해양수산부의 부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부산은 해양만이 아니라 수산도 중요한 비중으로 존재하는 도시다. 주무부처가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면 수산 산업이 발전하는데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소유 구조부터 중도매인 소매인 노조 등 이해 당사자가 많다. 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어렵사리 시작한 현대화 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수 있다. 누구든 무리한 요구로 더 이상 지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대화 사업은 단순한 어시장의 재탄생에 끝나지 않는다. 세계 어디를 가도 어시장은 주요 관광지다.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부산을 수산의 메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하는 한편, 어시장에서 남포동 자갈치 등 원도심으로 이어지는 관광 벨트 완성에도 큰 몫을 담당하게 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