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 구제와 지원에 너무 소극적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화위)가 지난 2022년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 불법 행위에 의한 인권 침해’로 규정, 피해자 명예 회복과 피해 구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 지 올해로 3년째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현장에서는 각종 불편이 속출한다. 부산시가 의료비를 지원하려 해도 복지부 전산망같은 시스템이 없어 일일이 개별 수작업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대표적이다. 생활안정자금 역시 지급 주체가 부산시여서 타도시 거주자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벌어진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지난 2023년 부산 광안대교 상판 옆 난간부에서 생계비 지원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형제복지원에 감금돼 각종 인권 유린을 당한 사람은 어림잡아 3만8000명 정도다. 이 중 진화위가 사망자로 인정한 사람만 700명 가깝다. 수많은 피해자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정신적 물질적 아픔과 결핍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형제복지원 사건 지원 업무를 공식적으로 맡은 국가기관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부산시 등이다. 행안부와 부산시는 담당 부서를 통해 여러 사업을 시행 중이다. 남은 건 복지부다.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 대부분은 건강 및 생계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모두 복지부 업무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몇년째 전담 부서나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아 부산시나 피해자단체가 정책 개선을 건의하려 해도 협의 대상조차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사건이 집중적으로 벌어진 건 1970~80년대다. 이 시기 시설에 갇혔던 사람들은 1987년 복지원이 폐쇄되기까지 무수한 고초를 겪었다. 1980년대 말 한때 이 사건은 주목받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건 2010년대 접어들어서다. 비정상을 비정상으로 인정받는데 30년 이상 걸렸다는 의미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회에서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 진화위 조사가 뒤따르고, 국가와 부산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해 올 3월 일부나마 피해자들이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 또 십수 년이 흘렀다. 그 사이 많은 피해자가 유명을 달리 했다. 이제 겨우 억울함을 보상받으려는 참이었는데 말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가 국민에게 저지른 반인권적 폭력이었다. 국가기관이라면 정부 부처든 부산시든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할 사안이 아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이들이 잃어버린 세월을 하루라도 빨리 보상할 방법을 찾는 게 도리다. 의료비 지급에 투입되는 행정력 낭비를 없애고 거주지에 따라 생활안정자금 대상자 여부가 결정되는 불합리를 고치려면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복지부 의료복지 전산망을 통해 의료비 지급과 대상자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거주지에 상관없는 지원이 가능해진다. 노년기에 접어든 대다수 피해자의 실질적인 구제를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와 부산시가 머리를 맞대고 골고루 충분히 혜택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