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이 본격화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울산경찰청은 20일 사고와 관련해 한국동서발전과 시공사인 HJ중공업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지난 6일 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에서 보일러 타워 해체 공사 중 타워가 붕괴해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돼 숨졌다. 정부는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해 유사사고를 막아야 한다.

지난 6일 오후 2시 7분께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졌다. 사진은 붕괴 현장. 연합뉴스

이번 사고는 구조물 해체 관리 부실과 ‘위험의 외주화’가 빚어낸 참사다. 일반 건축물을 철거할 때는 자치단체에 공사개요 조직도 해체공법 등을 담은 해체계획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데 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는 건축물이 아닌 ‘공작물’로 분류돼 울산 남구에 신고하지 않았다. 63ｍ 대형 구조물을 해체하는 공사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가뜩이나 화력발전소 구조물은 기존 건축·토목 관점에서 만든 해체계획서로는 안전을 담보하기 힘들다. 발전소 해체 경험이 있는 종합건설사가 거의 없고 안전한 해체를 위한 매뉴얼도 없다. 이번 사고에서 하청업체가 계획서에 없었던 25ｍ 지점에서 ‘사전 취약화 작업(발파를 앞두고 구조물을 미리 잘라놓는 과정)’을 한 것은 이런 업계 상황을 반영한다. 철골 기둥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가는 게 원칙인 작업 순서를 안 지킨 정황도 드러났다. 정부는 건축물관리법과 시설물안전법 적용 대상을 공작물로 확대해 해체계획서 제출과 정밀진단 제도화를 서둘러야 하겠다.

희생자들이 모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라는 점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작업자 9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으로 8명이 비숙련 단기 인력이었다. 한 작업자는 인력업체 소개로 처음 공사현장에 투입된 지 사흘 만에 사고를 당했다. 하청업체는 원가 절감 압박을 받기 때문에 숙련 인력 확보나 충분한 안전 교육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런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산재 사망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산재 사망 반복 기업 과징금 신설, 중대재해 발생 상장사 공시 의무화 등 경제 제재 강화 대책도 내놨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인 동서발전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은 처벌 위주 대책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정부는 건설업계와 근로자 등 산업 현장 의견을 경청해 좀 더 면밀한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전국적으로 노후 발전소 60여 개가 해체 대상이다. 발전소 구조물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는 지금의 해체 공사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사고 재발을 막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붕괴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제2의 참사를 막아야 한다.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그 바탕은 발주사인 동서발전과 시공사인 HJ중공업, 그리고 하청업체의 사고 책임을 명확히 따지는 철저한 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