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동보프라자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기후변화에 의해 멸종된 바 있는 공룡인형탈 퍼포먼스와 함께 탈석탄, 기후위기 극복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던 극한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가을도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청명한 하늘과 울긋불긋한 단풍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가을을 좀 더 잡아두고 싶지만, 차가운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로 겨울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겨울철 대표 즐길 거리인 스키는 따뜻한 기온 탓에 스키장 개장일이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인공눈 사용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빙판 위에서 열리는 겨울철 축제들이 속속 연기되거나 취소되기도 했다.

이러한 ‘겨울답지 않은 겨울’은 실제 기상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55℃ 높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전국 연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0℃ 높은 14.5℃를 기록해 역대 1위에 올랐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겨울철 풍경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지난 109년(1912~2020년) 우리나라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매 10년당 0.24℃ 상승했으며, 과거 30년(1912~1940년)과 최근 30년(1991~2020년)을 비교하면 2.1℃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저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한파 일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겨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단순히 체감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해서, 추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럽게 한파나 폭설이 찾아오는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빈번해지는 것 또한 기후변화의 한 양상이다. 실제로 최근 10년(2011~2020년) 동안은 최근 30년(1991~2020년)보다 오히려 겨울철 평균기온이 0.2℃ 내려가고 한파일수는 0.6일 증가하는 등 기온의 변동성이 커졌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고 있으나, 언제든지 극한 한파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임을 시사한다.

지난 1월, 미국 중부와 동부 지역에는 10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인명피해와 교통 마비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1월에 한파가 발생했다가 다시 기온이 크게 오르는 등 기온 변동 폭이 컸고, 2월에는 추위가 일주일 이상 이어지면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기온이 기록되기도 했다. 이는 극 지역과 중위도 지역의 기온 차로 인해 만들어져서 북극의 찬 공기를 위쪽에 머물게 하던 제트기류가 북극 기온이 높아진 탓에 약해졌고, 이에 찬 공기가 남하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에 한파와 폭설을 몰고 왔던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12월 역시 기온의 변동이 클 전망이다. 기상청에서 10월 23일에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올 12월과 내년 1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차가운 대륙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기온의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날과 한파가 교차하며 날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겨울, 급격한 기온 변화에 대비해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상청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기상특보와 예보를 비롯한 다양한 기상정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자주 들여다보며 확인하기를 권한다. 또한, 기상청에서는 한파가 우리의 생활, 건강,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요령을 함께 제공하는 ‘한파 영향예보’ 서비스도 운영 중으로, 이를 참고하면 한파 대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기상청장 이미선

기후변화로 점차 달라지는 계절 앞에서, 우리는 겨울을 슬기롭게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상정보에 귀 기울이며 변화하는 계절에 대비한다면, 극한의 날씨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풍경이 우리 앞에 나타나더라도 그로부터 국민의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기상청은 이번 겨울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