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 후폭풍이 거세다. 전국 18개 지검장부터 8개 지청장과 평검사에 이르기까지 최종 판단권자인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일제히 해명을 촉구하고, 일부는 사퇴까지 요구하는 등 ‘검란’ 조짐마저 보인다. 노 대행은 11일 휴가를 내고 거취 고민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총장대행 한 사람의 진퇴 문제로 일단락 시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항소 포기의 직접적인 책임은 검찰에 있지만, 그보다 훨씬 심각한 외압 의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심의 눈길은 지난 10일 도어스테핑 문답에서 개입을 사실상 인정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넘어 대통령실로 향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0일 과천 청사 집무실로 출근하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외압 의혹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 수사팀, 서울중앙지검장, 총장 권한대행의 공식 입장문과 비공식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검찰이 대장동 일당 5명 전원에 대해 항소를 제기할 방침이었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항소를 포기했고, 이제 핵심은 자체 판단과는 다른 결정에 이르게 된 이유다. 노 대행은 직간접 입장 표명을 통해 법무부로부터 항소 포기를 요구받았음을 인정했다. 정 장관 역시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몇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항소하겠다는 검찰에 신중한 판단을 주문한 건 항소하지 말라는 뜻이다. 남은 쟁점은 정 장관이 특정 민간인 재판에 왜 개입했느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장동 일당 사건은 지방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 2명과 개발업자 3명의 결탁 공모 관계 위법 여부를 판단한 재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사안으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으나 이 재판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 확정될 사실 관계가 이 대통령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7인회’ 좌장이다. 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검찰의 항소 포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 장관은 누구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다. 만약 정 장관 말대로 항소 포기가 대통령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면, 또 다른 차원에서 문제는 심각해진다. 전형적인 개발 비리와 부정부패 혐의에 연루된 피고인들을 봐주라고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노골적인 압력을 넣은 꼴이 되기 때문이다.

1949년 제정된 검찰청법에 의해 법무부 장관은 검찰청장을 통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그동안은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 역시 정당한 수사지휘권 발동이라고 엄호하지만, 정작 정 장관은 통상적인 의사 표현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 쪽이건 문제 소지는 뚜렷하다. 대통령실은 “일절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11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진실을 밝힐 방법은 한 가지다.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 경위를 포함해 전면적인 수사를 통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