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7일 종가 기준 4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01.24포인트(2.57%) 오른 4042.83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지난 6월 20일 3000을 돌파한 지 약 4개월 만에 4000선 고지를 밟았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19.62포인트(2.22%) 오른 902.70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4월 1일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종가 기준 900선을 회복했다. 인공지능(AI) 수요로 촉발된 반도체 경기 회복과 미중 관세전쟁 휴전 기대, 미국 금리인하 등으로 국내 증시는 전인미답의 4000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구조적 강세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진정한 우상향을 위해서는 증시의 ‘체질 개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01.24p(2.57%) 오른 4,042.83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 24일 기준 약 3243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금액은 1125조 원에 달해 전체의 3분의 1 이상(34.71%)을 차지했다. 지난해 말 632조 원에서 약 10개월 만에 5배 증가한 수치다. 이날 4000선 돌파 주역 역시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는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나선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 진입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주식인 삼성전자(종가 10만2000원)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10만 원을 돌파했다. 최근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자금이 부동산에서 증시로 이동하면서 유동성이 넘친 것도 상승 요인이다. 또한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선진국보다 크게 낮아 앞으로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고 증권가는 분석한다.

그러나 단기간에 너무 빠른 속도로 급등한 데다 이번 상승세가 일부 대형주 중심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소수 종목이 지수를 견인하는 구조는 투자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 중소형주와 내수 산업의 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 금융당국이 투명한 거래의 활성화와 제도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 시장은 그간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낮은 주주 환원 수준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두 번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기업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은 다행이다. 코스피가 꿈의 지수인 ‘오천피(5000) 시대’를 열려면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이 시급하다. 상장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기업의 본질 가치와 성장성을 높이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증시가 펄펄 끓는 것과 달리 서민이 체감하는 실물경제는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시 투자 자금이 기업 경쟁력 확보로 이어져야 우리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 정부는 한계에 봉착한 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력 확보를 통해 경제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