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는 최근 활발하게 활동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문학관협회·지자체 등이 시행하는 공모나 지원사업에 선정돼 꾸준히 강좌·강연을 열었다.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의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를 웹툰(그림 김근예, 글 편집 박향)으로 재창작해 요산김정한문학관 홈페이지에 얼마 전 올리고 전시도 여는 성과를 일궜다. 부산 작가 박향이 장편소설 ‘희주’로 제42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고, 정재운 소설가·최승아 시인은 제17회 요산김정한 창작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런 흐름은 해마다 가을에 열리는 요산김정한문학축전으로 모여들어 요산 기림 행사의 절정을 이룬다. 올해 제28회 축전은 일부 사전 행사를 제외하면, 오는 25일 고유제를 시작으로 다음 달 1일까지 백일장·낭독대회·심포지엄·요산김정한문학상 시상식·문학콘서트 등으로 펼쳐진다. 올해 심포지엄(오는 29일) 주제는 ‘5·7 문학의 기억과 실천’, 문학콘서트(오는 11월 1일) 주제는 ‘이상개 시인 추모’다.

이렇게 놓고 보면, ‘부산의 가을 손님은 문학’이라고 할 만도 하다. 가을에는 부산의 거장(또는 중요한 일)을 기리는 문학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요산김정한문학축전, 최계락문학상 시상식이 매년 늦가을 찾아온다.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는 부산이 아닌 경남 하동에서 주로 10월에 열리지만, 나림 이병주 작가가 부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학인인 데다 연례행사인 나림 이병주 문학콘서트가 12월 첫 주에 개최되니 흐름은 확실히 이어진다. 1979년 10월의 부마민주항쟁의 민주·인권·평화 가치를 되새기려고 분투하는 부마항쟁문학상 시상식은 매년 10월 18일이다.

각 행사를 들여다보면, 개성과 의미가 분명히 있고 취지·본질을 더 또렷하게 가다듬으려는 시도가 줄곧 이뤄진다. 제6회를 맞은 부마항쟁문학상 시상식은 지난 18일 부산 중구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열렸는데, 의미 있는 확장이 이뤄졌다. 부산작가회의와 경남작가회의는 의기투합해 제1회 부마항쟁문학제(지난 11일부터 오는 23일까지)를 올해 마련했다. 부산과 마산을 뜻하는 ‘부마’를 말하는 데서만 머물지 말고 실제로 힘을 합쳐 ‘부마를 넘어, 새로운 연대의 길로’ 함께 나서보자는 취지다.

지난 18일 본 행사에서는 심포지엄·공연 등이 펼쳐졌고 제6회 부마항쟁문학상(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국제신문 공동 주최) 시상식이 함께 열렸다. 민주항쟁 역사를 공유하는 마산·부산이 공유와 공감을 바탕으로 확장의 길을 열었기에, 이는 뜻깊은 시도다.

최계락문학상(최계락문학상재단·국제신문 공동 주최)은 동시 ‘꽃씨’ ‘꼬까신’ ‘외갓길’과 같은 빛나는 문학 작품을 남긴 시인 최계락(1930~1970)을 기리는 상으로 올해 25회를 맞아 현재 공모(오는 31일 접수 마감)가 진행 중이다. 시상식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25년 연륜을 쌓았고, 일반문학·아동문학·연구 부문을 아우르며, 이른바 ‘중앙 문단’에 딸려 가지 않는 엄정함을 지키면서 권위를 키워왔다. 최계락이라는 깊고 높은 존재가 그런 발전의 바탕을 이룬다.

‘불세출의 큰 작가’로 널리 인정받는 나림 이병주(1921~1992)를 기리고 알리는 노력 또한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진화했다. ㈔이병주기념사업회가 2007년부터 오랜 기간 도맡아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와 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오다가, 나림 선생이 언론인 생활을 했던 국제신문이 2022년 공동 주최 기관으로 합류하면서 규모·상금·지역사회 참여 등 여러 면에서 확장과 진전이 이뤄졌다. 2022년 부산에서 나림 문학 콘서트가 첫선을 보인 뒤 연례행사가 되고, 2024년 나림연구회가 발족하면서 나림 기림 행사의 부산 비중은 커진다.

이쯤에서 상상해보게 된다. 해마다 부산의 문학으로 수놓는 요산·나림·최계락·부마 등 행사가 서로 좀 더 가까워지고, 이어지고, 필요할 땐 힘을 합치면 어떨까. 각자 정체성과 지향점이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하되 이 시대, 이 도시에서 문학이라는 귀하고도 아까운 예술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시민과 독자 곁으로 더 가까이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정도를 공유해도 괜찮다. 각 문학행사 함께 알릴 수도 있고, 도시의 예술·문화 자산으로서 문학을 더 힘있게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할 것 없이, 요산도, 나림도, 최계락도, 부마도 잘 모르는 시민이 지금도 많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그분들의 책이 한 권이라도 더 많은 시민에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목표만 있어도 함께 할 일은 있을 것 같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시민이 그 도시의 예술과 문화를 가꾼 예술가의 이름을 알고, 그 예술가의 작품을 즐기며 존중하는 도시에서 ‘문화력’의 꽃은 더 활짝 필 것이다.

조봉권 문화라이프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