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13일 시작된다. 이번 국감은 830여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국감을 치른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제외됐다. 비상계엄 사태로 얼룩진 윤석열 정부 단죄와 이재명 정부의 초기 정책이 동시에 도마에 오른다. 그러나 여야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정쟁적 공세에 몰두하면서 국정감사의 본래 목적인 ‘민생 문제 해결’과 ‘정책 검증’이 뒷전으로 밀릴까 걱정스럽다. ‘내란 청산’과 ‘정부 실정 비판’ 프레임이 대립하지만, 이면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국정감사 증인 채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 제막 후 발언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내란 잔재 청산의 장”으로 규정하며, 윤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와 사법부의 미온적 대응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세워 ‘대선 개입 의혹’과 ‘내란 재판 지연’ 문제를 따져 묻겠다고 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검찰·사법 개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했다”며 “경제·외교 분야의 실정을 부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윤 정부를 향한 국민적 분노를 다시 드러내 진보 진영의 결집을 노릴 심산이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의 불안정성을 강조해 보수층의 위기감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작 민생 현안이 소외될 수 있다. 국가 정보망 마비 사태나 한미 관세 협상 교착 같은 현안을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만 소비하고, 구체적 해결책 논의를 미룬다면 여야 책임 방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과 운영위원회의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또 다른 뇌관이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내란 재판의 공정성 문제를 추궁하려 하나, 국민의힘은 “삼권분립 훼손”이라며 반발한다. 국민의힘의 김 실장 출석 요구에 민주당은 “대통령실 참모를 향한 정치 공세”라는 입장이다. 표면적 쟁점은 사법부 독립성과 대통령실 투명성이다. 속내는 내년 선거를 앞둔 여야의 주도권 다툼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산업재해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도 국감의 주요 쟁점이다. 여야는 이들 현안을 상대방 공격 소재로만 활용해선 안 된다. 실질적 해결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마땅하다. 과거 정부의 책임 추궁은 사실에 기반해 진행하되, 미래 지향적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현 정부 정책은 이념적 공세가 아닌 구체적 데이터로 검증해야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8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국감은 내년 선거를 앞둔 여야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국감은 단순한 ‘정치적 싸움’이 아니라, 정부의 실책을 바로잡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적 장치다. 여야가 지금처럼 상대방 흠집 내기에만 몰두한다면 유권자 실망은 선거에서 표의 응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국감이 민생의 장으로 기록되기 위해선 각당이 국민 삶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