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76차 세계보건총회(WHA)는 ‘보건시스템 내 재활 강화’(WHA76.6) 결의안을 채택하며 재활을 모든 보건의료에서 보편적 건강보장(UHC)의 핵심 요소로 격상시켰다. 이는 재활이 더 이상 치료의 부속물이 아니라, 삶의 기능과 참여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필수 서비스임을 국제사회가 공식화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재활 2030’은 재활에 대한 투자가 단순한 의료 서비스 확대를 넘어, 미래 보건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투자임을 강조한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분명하다. WHO는 약 24억 명이 재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추정하며, 이 수치는 고령화로 인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국제단체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재활 서비스가 필요한 26억 명 중 절반 이상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재활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건강 참여, 그리고 존엄을 위한 기반 인프라다. 이는 재활이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시민이 건강을 유지하고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비율이 높고, 의료와 디지털 역량, 그리고 국제협력 경험을 모두 갖춘 도시다. 지금 부산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첫째, WHO의 재활상황평가 도구로 인력 시설 접근성 재정 현황을 가시화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1차 의료-지역 병원-상급 병원을 잇는 연속적인 재활 경로를 설계해 시민의 일상 기능과 사회 참여를 중심에 둔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셋째, 원격 재활, 모바일 자가관리, AI 기반 기능평가 등 디지털 설루션을 안전하게 통합해 접근성과 효율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

넷째, 대학 및 교육기관과 연계한 재활 인력 양성 로드맵을 만들고, 장학 및 인센티브 등 혁신적 수급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 특히 국내 인력 양성 시 영어 교육을 특성화해 국제 진료 및 재활 의료 산업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특히 고령사회 부산의 전략은 ‘사전 재활(prehabilitation)-재활-건강증진(health promotion)’의 연속선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주기적인 기능평가로 기능 저하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정된 수술이나 치료 전에는 운동 영양 심리 중재를 미리 적용해야 한다. 또한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활동을 통해 신체 기능 증진과 질병 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고령친화기술(Age-Tech) 산업이 동반 성장해야 하며 시민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활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문학적 교육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기능 회복을 넘어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함이다. 재활의 목표가 ‘무조건적인 기능 회복’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면,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가족 모두가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삶의 방향에 대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활동은 WHO가 제시한 기능(activities), 참여(participation), 환경요인을 다루는 현대적 재활의 방향과 정확히 맞물린다.

부산은 이 비전을 선도해 단순한 ‘치료의 도시’를 넘어 ‘회복과 참여의 도시’로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다. 이를 위해 부산의 강점인 마이스(MICE) 산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WHO의 재활 관련 글로벌 회의나 아시아 재활 포럼을 유치함으로써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부산의 의료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기업의 재활 기술을 워크숍 형태로 해외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산·학·병·연·관(산업계-학계-병원-연구기관-관공서)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재활은 단지 치료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참여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개인의 적극적 참여, 다학제 협력, 그리고 가족 중심의 철학이 더해질 때 삶의 방향은 달라진다. 기술 발전과 함께 어떻게 늙어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새로운 부산의 성장 동력으로 재활 중심 도시를 만들어가자. 부산의 혁신적인 재활 모델은 인류의 보건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며 전 세계의 롤 모델이 될 것이다. 지금, 부산이 움직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