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승리에 제 모든 것을 걸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일성이다. 지난 8월 2일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압승한 그의 수락 연설 내용이다. 이날 ‘내란에 사과 반성이 없는 저들과 악수하지 않겠다’며 국민의힘을 겨냥한 발언이 더 관심을 끌었으나, 이 선거 중요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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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앞두고 여야가 내년 6월 지방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저마다 압승을 거뒀던 2018년과 2022년 선거 결과가 현실화하길 기대한다. 그 접점에 부산이 있다. 여야 대표가 부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국제신문DB |
내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전국 단위 선거다. 총선과 대선에 이어 지선까지 승리하며 정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겠다는 다짐이다. ‘어게인 2018’이다.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민주당 대승이었다.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서울 경기 등 전국 17개 광역 단체장 중 14개를 휩쓸었다. 대구 경북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제주는 무소속 차지였다. 1년 전 5월 장미 대선으로 정권을 내주고 반전을 노리던 자유한국당은 참패했다. 광역 단체장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까지 초토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철지난 색깔론에 의지하다 자초한 결과다. 선거에 앞서 4월 27일과 5월 26일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첫 북미 정상회담은 선거 하루 전인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당시 선출된 경기지사가 이재명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사이다 발언’과 제19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 출마를 거쳐 민주당계 인사로는 20년 만에 경기지사에 오르며 정치 체급을 키웠다. 이때 부산시장에 오른 이가 오거돈. 그는 55.23%(94만689표) 득표율로 1995년 민선 지방선거 이래 처음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이 됐다.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과 함께 부산 울산 경남에 파란색 깃발을 꽂았다.
‘어게인 2018’은 민주당은 물론 이 대통령에게도 각별한 과제이지 싶다. 2018년 거둔 역대 민주당 최고 성적 이상, 전국 석권 아닐까. 그 대척점이 ‘어게인 2022’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은 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울산 경남과 서울 인천 등 전국 광역 단체장 12개를 되찾았다. 이번 선거는 더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경쟁적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민심 잡기에 나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정 대표 발걸음이 분주하다. 권역별 예산정책협의회 단골 메뉴는 예산이다. 집권 여당 프리미엄이다. 23일 부산에서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를 연다. 이 대통령 타운홀미팅과 당·정 쌍끌이 모양새다. 앞서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체제 첫 현장 최고위원회를 부산에서 개최했다. 부산을 시발점으로 삼은 이유는 자명하다. 어게인 2018과 어게인 2022 분기점이 부산이다. 부산과 서울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다.
부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박형준 시장 입지가 위태위태하다. 오거돈 전 시장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와 2022년 지선에 더해 세 번째 시장에 도전하는 박 시장은 2030 월드엑스포 유치 실패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및 산업은행 부산 유치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사이 해양수산부 부산 유치를 업은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민주당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후보 경선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큰 싸움이 눈앞에 있다.
양대 정당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듯 전면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내란 종식을 내세우며 내란·김건희·해병대 3대 특검과 이를 다룰 특별재판부 설치를 통해 ‘내란당’ 해체를 공공연히 외친다. 국민의힘은 21일 대구에서 정부·여당을 비난하며 장외 투쟁을 벌였다.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규탄대회’다. 지방선거가 대선 연장선이 되는 모양새다.
분위기가 격화할수록, ‘내란’ ‘독재’ 프레임이 굳어질수록 부산 이야기가 축소되고, ‘일꾼보다 당’으로 표가 수렴되는 것이 지방선거 속성이다. 그럴수록 선거를 통해 부산 현안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시민 건강 문제가 예다. ‘암’하면 전국에서 첫손 꼽히는 위험지가 다름아닌 부산이다. 초고령화·저출산과 맞물리며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 또다른 축이 청년과 교육이다. 기후위기는 어쩔것이며, 인공지능(AI) 시대 살길은 뭔가.
‘시장 잘 뽑았다’, ‘역시 우리 시장’이란 효능감이 바로 부산이 바라는 리더십 갖춘 시장의 모습이다. 먼저 박 시장이라면 싸늘하게 식은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고, 전 장관이라면 시장 출마를 위한 징검다리가 장관이냐는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리더십은 현안을 꿰뚫고 이를 헤쳐나갈 추진력에서 나온다. 2018년에도 2022년에도 서릿발 같은 표심을 보였던 부산이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