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국민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등 야당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반대하는 상황에서 찬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며 “모든 것은 국민에 달렸다. 국민 주권을 위임받은 국회가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맞받았다. 특검법 여야 합의 번복 및 여당 단독 입법과 맞물려 이 대통령 발언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귀연 재판부의 편파적 진행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으로 국민적 공분이 커진 만큼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재판부는 과거 반민족행위자 처벌과 3·15부정선거를 단죄하기 위해 개설된 적이 있다. 민주당은 전례가 있고 국회와 법원 등의 추천을 받은 유자격자가 재판을 진행해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101조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이뤄지므로 심급제를 위반하지도 않는다며 입법을 강행할 태세다.

국민의힘과 대법원 등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입장이다. 사법부 독립은 삼권분립의 핵심인데 이를 침해하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법부가 재판부 구성과 사건 배당을 결정해야 하는데 국회가 이에 개입해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사법부를 입법부 아래 두겠다는 발상이라고 본다. 현재 국회 입법은 대부분 민주당 단독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이 마음 먹은 대로 추진할 수 있다. 이를 국민 뜻으로 포장해버리면 못할 게 없다. 광복 후와 4·19 혁명 시기는 작금과 다르다. 국가 존립이 위태롭고 이른 시간에 문제를 정리해야 할 위급 상황이 아니다. 차분하게 일반재판을 진행하면 될 일이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면 그 때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도 된다. 또 이미 내란 재판이 진행 중이지 않는가.

이 대통령은 이번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제목을 ‘회복을 위한 100일’로 잡았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조작 땐 원금까지 몰수하고,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할 생각이 있다고 하는 등 주가 부양 친화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부동산 투기보다 금융 투자로 재산을 늘리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튜버를 포함해 누구든 악의적 가짜뉴스를 제작·배포할 땐 징벌적 배상을 하는 게 맞다고 봤다.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는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금은 민생과 경제가 어려운 시기다. 엄중한 시기에 자칫하면 정치 쟁점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이 민생 현안을 덮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