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로비는 백로과에 속하는 새인 해오라기의 옛말이며 순우리말이다. 1985년 1월 18일 부산에서는 또 다른 하야로비가 날갯짓하며 날아올랐다. ‘하야로비무용단’이다.

부산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춤 예술 자산인 들놀음(야류)이 두 개나 살아 있다. 국가무형유산인 동래야류와 수영야류다. 그뿐만 아니라 전통에 바탕을 둔 영남의 춤, 바다를 낀 해양 대도시 기질을 반영한 현대의 춤이 풍성하게 뒤섞인 고장이다. 부산의 개성을 나타내는 표현 가운데 ‘춤의 도시’가 있을 정도다. 1980년대는 이런 춤의 기운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 시기다. 주로 1980년대 신설된 4년제 대학교 무용학과 4곳(신라대 경성대 동아대 부산대) 등에서 춤을 전공한 ‘젊은 피’가 예술계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점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하야로비무용단은 그때 선두 주자였다. 그즈음 각 대학 무용학과를 갓 졸업한 춤 전공자들이 사회로 진출하면서 동인 춤 단체를 창립하는 바람이 불었다. 신라대 현대무용 전공자들이 중심이 돼 1985년 1월 출범한 하야로비무용단(예술감독 하정애, 초대 회장 김형희)은 창단 시기가 가장 이르다. 한국무용 쪽에서는 같은 12월 경성대 무용학과 졸업생이 중심이 돼 만든 춤패 배김새를 첫 동인 춤 단체로 꼽을 수 있다.

하야로비무용단의 기세는 매서웠고 진취성이 있었다. 1989년 국제신문 4월 2일 자에 실린 초대 회장 김형희 씨 인터뷰를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출신 학교의 구분 없이 무용꾼들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일찍부터 부산 춤계에 있던 벽을 허물고 연대·교류하며 창작 춤 세계를 넓히는 일을 고민했다. 그런 흐름은 이어져 개인 내면 세계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나 공동체와 관련해 춤으로 발언하는 작품 세계도 선보였다. 김형희 노현정 정기정 방영미 함수경 김유하 김평수를 비롯한 많은 춤 예술인이 하야로비를 통해 존재를 각인했다. 현재도 하야로비에는 회원 8명이 활동한다.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하야로비무용단이 오는 10일 오후 8시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부산 금정구)에서 기념 공연 ‘체념증후군 Resignation Syndrome’을 공연한다. 주제는 ‘기후 위기 시대, 몸으로 말하다’. 체념증후군은 세계 난민 아동이 겪는다는, 극심한 불안과 좌절로 모든 걸 회피하고 깊고 긴 잠에 빠지는 증세를 뜻한다. 정기정 하야로비무용단 대표는 “앞으로도 부산 예술 생태계 안에서 의미 있는 무대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조봉권 문화라이프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