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복을,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복을 입고 참석하는 신경전을 펼쳤다. 앞서 국회 의장단은 우리 전통 문화를 알리고 화합 차원에서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줄 것을 여야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에게 검정 양복,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 등 상복을 복장 규정으로 정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항의하는 의도라고 밝혔으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따갑다. ‘상복 퍼포먼스’는 정쟁을 극대화하고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불러올 뿐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과 상복을 입은 여야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복과 상복으로 대치된 국회 모습은 여야의 ‘강대강’ 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정기국회는 계엄과 탄핵 과정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열려 의미가 있다. 여야 모두 각별한 마음으로 국가 정상화와 협치를 다짐해야 했다. 민주당도 개회식 상복 퍼포먼스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당으로 규정하고 대화를 거부하며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 정기국회 출발 첫날부터 대치 국면을 연출한 여야는 실망한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개원식을 시작으로 여야는 오는 9일과 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이어 15~18일 정부를 상대로 국정 전반의 운영 상황을 묻는 대정부질문을 진행한다. 2일부터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시작으로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이어진다. 여야 모두 초강성 대표 체제여서 사사건건 대치 국면이 우려된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내란 종식과 각종 개혁 입법 과제 완수를 목표로 내세웠다. 민생·성장·개혁·안전 등 4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224개 중점 법안 처리를 공언했다. 검찰의 수사 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 개혁, 대법원 개혁 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저지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한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특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782조 원을 놓고서도 확장재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당과 포퓰리즘 예산이라는 야당 입장차가 극명해 여야격돌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지지도가 높은 집권 초기에 논쟁적 개혁 입법을 끝내려고 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국민의힘을 비롯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가지고 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하겠다. 현재 민간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데다, 미국 관세 충격까지 덮치면서 우리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지 않는다면 경제 회복은 요원하다. 여야 모두 정략적 이해에 매몰되지 말고 민생에 최우선을 두고 협치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