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미국 정부 부과 15% 상호관세’가 7일 오후 1시 1분부터 적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협상과 유예를 반복한 ‘관세전쟁’ 현실화다. 그는 외국의 약탈로부터 미국을 해방하는 수단을 관세로 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관세라고 했다. 이날부터 각국을 대상으로 발효되는 관세율을 반영한 미국 평균 실효 관세율은 18.4%(예일대 예산연구소)다. 대공황을 극복하고자 관세 장벽을 쌓았던 1930년대 이후 6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해방은 세계의 혼돈이다. 자유무역체제를 지향해온 세계 경제 질서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거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우리나라가 한미FTA 덕분에 누려온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상호관세에 이어 품목별 관세 카드가 남았다. 조만간 반도체에 100%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106억 달러(14조7000억 원)어치 반도체를 수출했다.
관세는 통행세였다.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 버티고 서서 통과하는 사람 수대로, 물건 가치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 교통의 요충지를 장악하고 이를 관리하는 힘이 있는 자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상호 이익이라는 합의는 낮은 관세와 무역 확대로 귀결됐다. 이걸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의 주인은 우리’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대로 뒤집고 있다. 제조업 부흥, 일자리 창출, 무역적자 해소 등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압도하겠다는 목적이다.
트럼프 전략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상호관세율 10%) 베트남(20%) 필리핀(19%) 인도네시아(19%) 일본(15%) 유럽연합(EU·15%) 등과는 관세협상을 마무리했으나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과는 공방이 치열하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관세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경제적 충격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물가가 오르고 가계소득이 줄면서 성장률을 갉아먹어 오히려 부메랑 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이 1930년 시행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오히려 경기 침체를 유발하면서 실패했다. 지금 힘겨루기를 하는 중국이 만만찮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부산 경남 울산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