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4선 중진 정청래 의원이 선출됐다. 이재명 정부의 첫 여당 대표다. 그는 지난 2일 열린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61.74%의 득표율로 경쟁자였던 박찬대 후보(38.26%)에 압승했다. 정 대표는 강성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으로,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친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직 수락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절대다수 국회 의석을 토대로 한 개혁 속도전을 예고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돼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추석 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관련해선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을 파괴하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야당을 협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성발언과 투쟁적 이미지로 당내 강경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집권 여당 대표로서 과거의 전투적 언행을 벗어나, 협치와 정치 정상화라는 국정 운영 기본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

정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국회가 국민의힘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우려스럽다. 내란을 종식하겠다고 야당을 없애겠다는 여당 대표에게 어떻게 협치를 기대하겠는가. 정 대표의 강경 언행으로 여야 간 극단적 대결 정치가 격화하는 모양새다. 당장 4일 국회 본회의에선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1년 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치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방송 3법은 방송장악법으로, 다른 법안은 ‘기업 죽이기’ 법안으로 규정하고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로 맞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입법 속도전은 실종된 정치의 민낯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국민의힘도 반성의 여지가 많다.

정 대표는 일부 강성 지지층이 아닌 국민 전체를 보고 여당을 이끌어야 한다. 야당과는 협력과 긴장이 공존하는 관계를 모색하고 국회가 정치 싸움터가 아닌 건설적 입법 경쟁의 장이 되도록 힘써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이 대통령과 보폭을 맞춰 국정을 이끌어가려면 야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우리 경제는 불황 장기화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까지 겹치며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상호관세를 일본·유럽연합과 같은 수준으로 낮추는 데는 성공했으나 15%의 관세율은 한국 경제에 막대한 부담이다. 국민은 국회가 분열된 국민 여론을 통합하고 벼랑 끝에 몰린 경제를 살리기를 기대한다. 정 대표는 강경세력 논리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협치 능력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