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전국 시장·도지사 간담회에서 균형발전 의지를 재차 밝혔다.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은 그동안 불균형 성장을 국가 성장 전략으로 채택했다”며 “그 부작용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때는 이 방식이 매우 효율적인 발전 전략이었지만 지금은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 이제 균형발전은 배려나 시혜가 아닌 국가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정책을 결정하거나 예산을 배분할 때 비수도권에 더 많이 지원할 것이라 공언했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서 당장 적용했다. 비수도권 주민에게 3만 원, 소멸 위기를 겪는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 5만 원을 더 줬다. 특별한 상황에서는 특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임기 동안 비수도권 차등 지원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등 시장·도지사와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이 대통령에게 가덕도신공항의 신속한 재입찰을 건의했다. 박 시장은 “세계적 항만인 부산은 24시간 운항할 수 있는 물류공항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산 타운홀미팅에서 말한 것처럼 신속하게 재입찰을 진행해 신공항 건설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지방재정의 효율적 사용을 강조했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간섭과 규제가 심하다는 것이 박 시장 설명이다.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대학지원 프로그램인 라이즈(RISE) 사업처럼 지역에 예산을 주고 포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행정통합이 완성되면 정부 권한을 통합 지자체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극한호우로 피해를 입은 진주시 함양·하동·의령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촉구했다. 산사태 대비와 복구 등의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에 목소리를 냈다. 시장·도지사가 지역 현안을 챙기는 건 당연하다. 균형발전과 지방재정 자율성 확대를 요구하는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 대통령도 큰 틀에서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는 현안이 대통령 국정 과제에 포함되도록 챙겨야 할 것이다.

부산 울산 경남은 성장동력을 잃고 정체돼 있다. 가덕도신공항 개항과 해양수도 부산 육성, 광역교통망 건설 등 굵직한 현안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 대통령과 시장·도지사가 이견이 거의 없으니 후속 논의를 구체화해야 하겠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국정 기조가 정부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될 때 효능감이 커진다. 지방분권 개헌과 관련 법 개정은 서로 힘을 합쳐 실현해야 한다. 시장·도지사 간담회가 말의 성찬으로 끝나선 안 된다. 법적 심의기구인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어 국토균형발전 사항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앙지방협력회의 내실 운영을 통한 지방분권 추진이 이 대통령 공약이다. 이 대통령 말대로 균형발전이 대통령의 시혜여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