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부산은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노인 건강관리가 시급한 도시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부산시가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강UP(업) 사업’은 단순한 건강검진이나 교육을 넘어선, 실천 중심의 지역 건강관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마을 단위에서 노인의 신체, 정서, 사회적 건강을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개입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부산 곳곳의 ‘하하 마을건강센터’에서는 노쇠 선별검사를 시작으로, 10주간의 맞춤형 운동·영양·정서 중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이후 건강 소모임과 지역 자원 연계를 통해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실현한다. 특히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하하 건강파트너’는 부산시가 마련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양성된 주민 리더로서, 마을 어르신을 직접 돌보는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주민이 수혜자에서 제공자로 전환되는 이 구조는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연계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와 같은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데는 부산시 건강도시사업지원단의 전략적 역할이 있다. 이들은 마을건강센터의 운영과 교육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프로그램 제공 및 관리, 마을 간호사와 건강파트너의 역량 강화 교육을 담당하는 등 중심적인 기획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 재활병원 등과의 연계를 통해 이론 교육과 실습이 결합된 실전 중심 훈련도 함께 제공되고 있으며, 이는 현장 실행력을 높이고 신뢰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지정 책임의료기관인 부산대학교병원과 부산의료원은 건강도시사업지원단과 협력해 사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 교육과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는 등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60개 이상의 마을건강센터가 이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며, 각 센터에서 활동하는 수백 명의 건강파트너들이 지역 고령자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참여 어르신들은 단기간 내에 근력과 보행 속도, 인지기능 향상이라는 체감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웃 간 정서적 관계망 회복 또한 중요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의 이 모델은 기존 연구 중심 건강관리 시스템과도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강원도 평창을 중심으로 한 ‘평창 코호트’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장기 추적 건강조사로, 고령 인구의 질병 패턴과 위험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이는 데이터 기반의 역학조사 중심 모델이다. 반면, 부산시의 건강UP 사업은 실제 개입과 행동 변화를 중심으로 한 실천형 건강관리 시스템이다. 위험을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살아 있는 코호트(Living Cohort)’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실천형 모델은 전국으로의 확산 가능성 또한 높다. 사업의 모든 구성 요소가 행정 병원 마을 주민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지역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구조적 확장성이 뛰어나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의 표준화와 건강파트너 양성 시스템은 타 지자체에서도 즉시 모듈화해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부산대학교가 준비 중인 노화제어연구소는 “장수를 위한 모든 활동을 연결합니다”라는 미션 아래, 사람 중심의 건강한 장수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에서 나아가, 주체적이고 존엄한 삶을 지속하는 것이 진정한 장수의 의미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의료 과학 인문 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 연구와 실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철학은 지금 부산의 건강UP 사업과 맞닿아 있으며, 연구소가 추구하는 실현가능성, 통합성, 장수의 본질, 지속가능성, 자율성과 존엄의 가치와도 연결되어 있다.

‘노쇠는 피할 수 없는 노화가 아니라, 예방과 회복이 가능한 상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대다. 부산은 이 메시지를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마을의 일상으로 구현하고 있다. 하하 건강파트너가 이웃과 손을 맞잡고 함께 걷고, 운동하고, 웃으며 만들어가는 변화는 행정 주도가 아닌, 주민이 중심이 되는 건강 자치의 실현이다. 건강은 누군가가 대신해주는 일이 아니라, 함께 실천하고 나누는 문화라는 점을 부산은 증명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정책적 결단과 행정적 추진력, 그리고 건강도시사업지원단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노쇠 예방이라는 낯선 개념을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게 하고, 이를 실질적 제도로 자리매김시킨 리더십은 부산형 건강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부산의 건강UP 사업이 고령사회를 대비한 도시형 건강공동체의 해법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