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0일 구속 수감됐다.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5개 혐의다. 지난 3월 8일 법원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뒤 124일 만의 재수감이다. 법원은 지난 6일 내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10일 새벽 발부했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윤 전 대통령은 곧바로 수감됐다. 특검이 수사를 시작한 지 22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최장 20일 동안 구속 상태에서 특검 수사를 받게 됐다. 전현직 대통령 구속 수감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지난 3월 처음 구속될 때만 해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여론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러나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보여준 행태는 비상계엄 선포 이상으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반성이나 사죄 대신 자신을 둘러싼 극소수 지지자들만을 의식한 일련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그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여러 국무위원과 군인이 함께 처벌받을 위기임에도 그들에 대한 죄책감이나 공감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보수 진영 인사 1000여 명을 수사해 200여 명을 구속하고 5명이 목숨을 끊게 한 적폐수사의 정점이 윤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국민은 안다. 이번 그의 재구속이 사필귀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검이 내란 실체를 밝히기 위해 윤 전 대통령 구속은 피할 수 없는 절차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3시간 만에 해제했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계엄 선포 요건이나 법적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된 상태다. 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 시도나 국회의원 체포 지시 등 기왕의 내란 재판 혐의 외에 국무회의를 요식 행위로 만든 게 사실인지,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를 지시했는지 등이 모두 국민적 관심사다. 이번 구속영장에는 적시되지 않았지만 비상계엄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 성립 여부도 쟁점이다.

윤 전 대통령 신병이 확보된 이상 내란 특검 뿐만 아니라 김건희 특검과 채해병 특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3대 특검’은 따로 출범했지만 모두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최종적으로 겨누고 있다. 현직 검사만 120명 동원되는 매머드급 ‘3대 특검’ 수사에 전임 정부 인사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탈탈 털리는 중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서 누가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난 40여 년간 쌓아 올린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질 뻔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 인사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휘둘렀던 적폐청산의 칼이 이재명 정부에서 재연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책임자를 가리고 죄를 단죄하되 그 속에 정략적 계산이나 사사로운 감정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