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과 최인호 전 의원이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 수의계약을 포기한 현대건설에 관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건설이 ‘김건희 특검’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의혹 수사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공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부산과 경남의 두 전현직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에는 용산 관저 뇌물 공사 의혹도 있다”며 “뇌물 제공자로 의심받는 기업이 현대건설”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한남동 관저 스크린 골프장 공사 건으로 이미 특검 수사 대상이며, 가덕도신공항 수주 및 포기 과정도 수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현대건설을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전 의원(오른쪽)이 김정호 의원과 함께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덕신공항 특검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현대건설이 대통령 관저 증축 의혹에 연루된 사실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지난 2022년 현대건설은 관저 내 경비시설과 초소 공사 계약을 맺었는데 이것이 등기부에 없는 스크린 골프시설 건물을 짓는 일이었고, 더 나아가 경호처 측이 공사비를 현대건설에 대납하도록 했다는 게 요지다. 올 초 이를 파악한 감사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고, 곧 사건 일체가 김건희 특검팀에 인계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 시점과 현대건설의 가덕도신공항 수의계약 포기 시점이 맞물린다는 게 문제다. 윤 전 대통령 측과 현대건설의 부적절한 커넥션 여부, 이것이 가덕도신공항 공사 수주에 미친 영향 등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현대건설이 수주과정에서 보인 행동에는 여러 의문이 있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처음부터 최대 쟁점이 2029년 12월 준공이라는 목표 달성 여부였다. 입찰 조건에도 주요 사항으로 명시됐다. 현대건설은 이를 알면서 참여했고 계약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돌연 태도를 바꿔 공기를 2년이나 연장한 계획서를 써냈다. 공기를 맞출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공사부터 따놓고 나중에 설계변경을 하겠다는 계산이 아니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무리한 수주 시도가 사후 특혜를 의식한 것이었고, 대통령 탄핵으로 계획이 틀어지자 단념해버린 것이라면 보통 사안이 아니다.

가덕도신공항은 시공사를 못 정한 채 표류 중이다. 올해 정부 예산에 반영된 9000억 원도 절반으로 깎였다. 민주당 측 주장이 아직은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물기는 한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워낙 비상식적인 행보를 했고 그 결과가 부산 시민에게 엄청난 피해로 돌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부산이 가장 열망하는 국책사업이 1년이라는 시간만 허비한 채 틀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대통령 관저 공사 의혹이 가덕도신공항 공사 포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부산 시민은 몹시 궁금하다. 정부와 사법당국은 입찰 질서를 어지럽힌 현대건설에 대해 행정 제재는 물론이고, 철저한 수사로 모든 진상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