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에 빠른 이전을 지시했다. 해수부는 다음 날 ‘이전 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개정은 필요 없고 이전 계획 고시만 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 관련 검토 의견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통령실에 해수부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담당할 해양수산비서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의 해수부 이전 약속은 다른 공약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해수부와 부산시는 만반의 준비로 이에 화답해야 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통령실 조직개편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위상으로 해수부를 이전하기보다 업무와 권한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해수부가 중심이 돼 대통령 주요 공약인 북극항로를 개척해야 하는 만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해수부 업무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이 다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는 조선산업 관련 업무를 해수부로 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대표적이다. 조선 관련 산업이 부산·울산·경남에 집적돼 있다. 부산으로 이전할 해수부가 이 업무를 담당하면 업계 지원과 소통에 효율적이다. 업무가 확대되면 정부조직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당은 법 개정으로 해수부 이전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해수부 직원들의 반대가 많아 부산으로 이전해선 안 된다고 한다. 대통령 공약을 당사자가 반대한다고 해서 철회할 수는 없다. 이런 논리라면 행정수도 세종 이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 땐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물론 해수부 직원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당연하다. 주거나 자녀 교육 문제 등은 해수부와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해수부는 본부와 산하기관 등을 합쳐 4200여 명 규모다. 해수부 본부가 600명, 21개 소속기관 3600여 명이다. 외청으로 1만3000명의 해양경찰청이 있다. 해수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분리된 후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부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부산에 두겠다고 공약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부산시민은 해수부 이전에 트라우마가 있다.

부산시는 이준승 행정부시장과 경윤호 정무특별보좌관을 공동단장으로 하는 ‘새 정부 국정과제 대응 전략기획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임기 초 최대한 실현해야 한다.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도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정교하게 세워 정부를 설득해야 하겠다. 이 대통령은 산업은행 이전 대신 가칭 동남투자은행 신설을 제시했다. 산업은행 이전이 쉽지 않은 이유다. 산업은행 이전은 국가가 시민에게 한 약속이다. 국민주권정부는 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라고 무조건 반대해선 안 된다.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40% 넘는 지지를 보낸 시민의 염원을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