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의 품목관세를 4일부터 50%로 올리기로 했다. 지난 3월 25% 품목관세를 부과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100% 인상하면서 부산 최대 수출업종인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국이 철강 품목관세를 4일부터 50%로 올리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대한제강 공장에서 생산된 철근. 출처=대한제강 홈페이지

미국은 우리 철강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철강 수출액(332억9000만 달러) 중 미국 수출은 13.1%(43억47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철강은 부산의 대미 수출 품목 중 가장 큰 비중(25.7%)을 차지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수출 감소가 이미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4월 부산지역 철강제품 대미 수출액(한국무역협회 자료)은 1억8546만 달러로 전년동기보다 10% 급감했다. 통상 6개월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철강 거래 관행을 고려하면 25% 관세 인상 여파가 이달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25% 관세 부과에도 대미 수출액이 크게 영향을 받았는데 50% 관세 적용시엔 수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우려다. 유럽연합이 미국 철강 관세에 대응해 수입량을 연간 최대 15% 줄이기로 한 것도 악재다. 품목관세가 부산 철강산업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으나 기업 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워 발만 동동거리는 상황이다.

부산을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는 전방위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철근은 주로 아파트 골조 등 건설 자재로 쓰이는데 건설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내수가 줄었다. 철근 가격은 생산 원가에도 못 미쳐 제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철강재의 무차별적인 저가 공세는 국내 철강 산업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철강업체가 일반 후판에 페인트만 칠해 컬러후판으로 위장, 반덤핑 관세를 피하고 있다. 우리 철강회사들은 주문 감소와 가격 하락에 대응하려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부산에 본사를 둔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1분기 철근 공장 가동률은 각각 62%, 31%로 한 달에 보름 정도는 가동을 멈추는 실정이다. 최근 동국제강은 창사 71년 만에 처음으로 다음 달 22일부터 한 달간 인천공장의 셧다운을 결정했다.

‘산업의 쌀’인 철강 산업이 붕괴되면 우리 제조업 공급망에 치명적인 타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주력 산업이 불안하면 수출은 물론 생산, 고용 등 경제 전체가 위기를 겪게 된다. 새 정부는 대미 관세협상에 신중을 기해 철강·자동차 등 핵심 품목에 대한 실질적 관세 완화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가 가시화한 만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동 투자한 미국 제철소 투자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우리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정부는 어제 긴급 점검회의에서 나온 업계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업계 차원의 자발적인 생산량 조절과 사업 재편 등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산업 기반 전체를 흔드는 중국산 철강 덤핑에 엄정한 대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