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짱 도루묵’. 열심히 노력했던 일이 헛수고가 됐을 때 쓰는 관용어다. 조선 정조 때 이의봉이 지은 어휘집인 ‘고금석림’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고려의 왕이 목어를 먹은 뒤 맛있어서 은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후 그 맛이 그리워 다시 먹어보니 예전 같지 않아 다시 목어라 하라 명해 환목어가 되었다고 한다. 한자어인 환목어를 한글로 풀어쓰면 ‘도로목’이 된다. 조선 선조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한다.

알이 찬 도루묵 요리는 식감도 뛰어나고,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성장기 어린이 두뇌 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도루묵은 한류성 어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에 주로 서식하며 보통 강원도 전역에서 산란철에 잘 잡힌다. 강원도 지자체가 산란철마다 도루묵 축제를 연다. 구이나 알탕으로 주로 먹는다. 일본에선 같은 동해 측에 면한 아키타현에서 겨울철 대표 별미로 꼽힌다. 도루묵을 장기간 숙성시켜 초밥으로 만든 ‘하타하타즈시’라는 향토음식도 있다. 예전에는 군대 식사용으로 소비될 정도의 값싼 생선이었다가 일본에 대량 수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올라갔다.

도루묵을 잡는 어업인이 늘어나면서 1990년대 이후 어획량이 급감했으나, 2006년부터 이뤄진 자원회복사업으로 2009년부터 어획량이 회복됐다. 2015년에는 도루묵 알의 산란장인 해조류 숲이 알을 모두 품어주기에 모자랐다. 해변에 밀려온 도루묵 알이 썩어 곤란을 겪을 정도까지 됐다. 그러나 2016년 7462ｔ에서 지난해 431ｔ으로 8년 새 어획량이 5.77%로 급감했다. 복원사업 이전보다 못해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 된 셈. 도루묵 어획량 감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과 비어업인의 통발 사용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산란철 ‘알집’을 별미로 치는 이유도 큰 몫을 차지한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지난해 말 어업인 지자체 유관기관 등과 도루묵 자원회복 전담팀(TF)를 구성했다. 도루묵의 산란기 동안 그물에 붙어 버려지는 알을 수거해 부화시킨 뒤 방류하기로 한 것. 연구소는 지난해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과 아야진항, 양양군 남애항 등 3곳에 실외부화기를 설치하고 어업인의 협조를 받아 세 차례 이상 도루묵 알을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올해 2~4월 도루묵 치어 20만 마리를 강원도 고성군과 양양군 인근 바다에 방류했다. 수과원이 이달 해당 해역을 모니터링 한 결과, 방류한 도루묵은 모두 바다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 도루묵이 무사히 성장해 3년 후 어미 도루묵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