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26일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충남 천안시 국민의힘 충남도당에서 ‘지방이 주도하는 잘 사는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20대 공약’을 공개하고 ‘지방시대’ 공약을 구체화했다. 지역 소멸 대안으로 정부가 가진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예로 들었다. “인구가 소멸 상태인데 그린벨트는 그대로 묶여 있다. 집은 다 폐가가 돼 흘러내리고 농지는 놀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보다 지방분권 개헌을 앞서 주장한 이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이를 약속하지 않아 분권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6일 충남 천안시 국민의힘 충남도당에서 지방시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이날 용인시 수지구 단국대 죽전캠퍼스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울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정책협의회에서 국가 권한을 자치단체로 분산하는 분권 개헌을 촉구한 바 있다. 지방정부에 재정권과 입법권 등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영호남 시장·도지사 8명도 지난 1일 분권형 개헌을 후보들에게 건의했다. 자치입법권·행정권·재정권을 보장하고, 시장·도지사가 참여하는 국무회의로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라는 내용이다. 시민단체도 헌법에 지방분권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자치권·재정권·주민참여 강화 개헌안을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실시한 지 30년째다. 내년에 제9회 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행정·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조성 등 지역을 살리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오히려 심해졌다. 선거를 의식해 균형발전 정책을 형식적으로 한 탓이 크다.

이재명·이준석 후보도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 공약을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5극·3특’ 중심 발전론을 제시했다.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도 균형발전 공약이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 주도로 행정체계를 개편하는 그림을 그렸다. 지역 청년 유출 원인인 수도권 대학 집중을 막기 위한 대안이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다. 이준석 후보 공약은 재정자치권을 강화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게 핵심이다. 법인세 일부와 최저임금 결정권을 지자체로 넘기겠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공약에 헌법 언급만 없지 지방분권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은 지역 격차와 소멸을 해결하는 국가 근본 과제다. 헌법에 지방분권을 담아야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에도 힘이 실린다. 지방분권 공약은 개헌으로 연결될 때 시·도민이 믿을 수 있다. 이재명·이준석 후보도 지방분권 개헌에 동참해야 한다. 지방분권과 관련해 큰 틀에서 후보 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공동추진 협약 체결을 제안한다. 개헌은 특정 정당의 힘으로 안 된다. 각 당이 뜻을 모아야 가능하다. 선거가 일주일 남았다. 주요 후보 모두 손을 맞잡은 공약이 없다. 이것 만이라도 같이 하겠다고 약속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