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내수 관련 업종 사업자 수가 역대 처음으로 감소했다. 올 1분기 커피음료점 수는 575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5900개)보다 147개 줄었다. 부산 커피음료점 수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18년 이래 꾸준히 늘어왔고,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증가 추세였다. 그러나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한식음식점은 올 1분기 2만5456개로 1년 전(2만5686개)보다 무려 230개나 감소했다. 옷가게는 6667개로 1년 전보다 218개 줄었다. 호프 주점,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역시 지난해에 비해 각각 132개, 94개, 76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국세청이 국세통계포털(TASIS)에 공시한 ‘사업자 현황’에 생생히 담겨 있다. 극심한 내수 침체 속 부산의 자영업 폐업 추세는 전국 흐름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의 대표적인 상권인 중구 광복로 패션거리 곳곳에도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제신문 DB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영업 부진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집계에 시차가 있는 통계청이나 국세청 자료보다 적나라하게 이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건물마다 나붙은 임대 현수막이다. 과거라면 식당 옷집 주점 등이 영업하느라 밤낮 북적거렸을 시내 중심가 건물도 1층부터 텅 빈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손님이 없으니 매출이 떨어지고 빚으로 버티는데 한계를 느낀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것이다. 대출금을 갚고 폐업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한다. 빚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괜한 엄살이 아니다.

문제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앞으로도 사정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한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예상했고, 조만간 발표될 한국은행 추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역시 일제히 저성장을 예고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다 미국발 관세전쟁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 투자와 고용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소비 심리가 함께 위축되는 악순환이다. 여기에 저출생 고령화에 의한 인구 감소가 소비 구조를 근원적으로 악화시킨다.

6·3 대선에 나선 각 정당 후보들은 내수 진작과 자영업 회생을 위해 나름대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추경과 재정 확장을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소비 진작책과 금융 지원책 강화를 제시했다. 물론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내수와 경기 회복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현 정부의 경제 부처도 대선을 거치고 새 정부 출범 때까지의 과도기가 경기 대응 취약기가 되지 않도록 위기 의식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