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산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보수 지지 성향을 보였던 부산에서 최근 중도·무당층 비중이 커지면서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한 것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총괄선대본부장과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은 21일 부산·울산 지역위원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영남권의 심상치 않은 민심 이반 기류를 의식해 보수층 지지를 다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도 보수를 끌어당겨 외연 확장을 꾀한다. 김경수 민주당 총괄대책선거위원장은 “PK(부산울산경남)에서 이 후보 지지 추세가 좋아지고 있는 건 맞지만 현장 민심은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박빙”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1차 후보자토론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개혁신당 이준석·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와 달리 각 후보 캠프가 내놓은 부산 발전 공약은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인식과 대응책이 부실하다. 국민의힘이 발표한 구·군별 공약을 보면 다수의 지역명이 오기되거나 전혀 엉뚱한 공약이 제시돼 논란이다. 강서구 사하을 기장군 공약은 보이지 않고 연제구 공약으로 ‘가덕도신공항 2단계 확장’을 넣었다. 민주당은 부산시민 열망인 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외면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해양수산부와 HMM(옛 현대상선) 부산 이전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구체화하지 못한 거시적인 공약만으로는 부산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이 국제신문 선거 시리즈 ‘이번 대선엔 꼭’에 소개된 부산 현안들의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하는 이유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가덕도신공항 2029년 개항’이다. 수의계약 주간사인 현대건설이 입찰공고상 공사 기간을 2년 연장한 기본설계안을 제출해 계약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대선 후보들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다짐만 할 게 아니라 적기 개항을 약속해야 한다.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부산시민에게 안전한 식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도 30년 된 숙원 사업이다. 경남 의령과 창녕에서 물을 공급받으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의 중재가 시급한 사안이다. 대선 후보들은 침례병원 공공화 실현으로 필수 공공의료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2017년 파산한 이 병원을 국가가 운영하는 지역 거점 병원인 보험자병원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이 안건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사업을 지난해 10월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선 후보들이 책임감을 갖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북항 야구장’ 건립도 대선 후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부산 발전이 국가균형발전의 기틀임은 이미 대선 후보들이 확인한 바다. 현안 해결은 비전 제시와 동전의 양면이다. 남은 기간 현안을 꼼꼼히 검토해 부산을 살릴 대책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