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커피로 유명한 ‘더리터’와 ‘더벤티’는 10여년 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앞에서 시작했다. ‘메가커피’ ‘빽다방’과 함께 3대 저가 커피로 불리는 ‘컴포즈커피’는 남구 대연동 경성대 앞이 고향이다. 간식거리로는 부산대 앞에서 성공해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늘린 ‘명랑핫도그’가 대표적이다. 노래방 기계 탄생지가 사하구 하단동 동아대 앞 오락실이라는 얘기는 이미 유명하다. 대학가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과 중고등학생이 북적거려 기본 수요가 보장되고, 한번 입소문을 타면 확장성이 크다. 창업자들에게는 대학가 상권이 일종의 시험무대인 셈이다.

한수 이남 최대라 불리던 부산대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경고음은 오래 전부터 울렸다. 온라인 활성화 등으로 소비 패턴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다. 엎친 데 덮친 건 코로나19 팬데믹이다. 그 많던 옷집과 술집이 줄줄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엔 임대 현수막만 을씨년스럽게 펄럭인다. 건물이 통째 비어 있는 곳도 적잖이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부산대 상권 공실률은 25.18%로 부산 전체 평균(7.97%)의 세배 이상이다.

침체에 빠진 대학가 상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부쩍 활발해졌다. 부산시는 최근 부산대 상권, 하단·동아대 상권, 기장시장 등 3곳이 정부 공모 2026년 상권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부산시가 정부 사업의 사전 단계인 자율상권구역으로 정해 상권 부활을 도모했던 곳이다. 이곳은 향후 5년간 각각 40억~60억 원 예산을 투입해 골목축제 개최, 로컬크리에이터 발굴, 팝업스토어 개점, 테마파크 조성 등 방식으로 활성화를 도모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부산시가 남구 대학로와 동구 초량시장을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대학가의 먹고 마시는 소비문화는 기성세대의 큰 걱정거리였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 늘어선 미용실과 보세옷집, 단위 면적당 세계 최다 수준이라는 연세대 술집, 서울대 인근에 즐비한 모텔촌 등이 모두 비판거리였다. 인디밴드 문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부산대 앞 라이브 카페는 한때 경찰의 집중적인 단속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조차 흘러간 옛말이 되어 버렸다. 젊은이가 모여있는 곳에 젊은이가 더 모이게 마련이다. 학교 앞에서 웃고 떠들 청년 자체가 줄어드는 인구 구조에 상권 침체의 근본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 퇴폐니 향락이니 손가락질하던 그 시절 문화가 그리워지는 날이 올 줄이야 그땐 미처 몰랐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