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이 유심(USIM) 해킹 사실을 정부에 늑장 보고하고 가입자 유심 교체를 뒤늦게 결정하는 등 미흡한 대처로 비난받고 있다. SKT는 가입자가 수가 2500만 명(알뜰폰 200만 명 포함)에 달하는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다. 유심 정보는 가입자 식별·단말기 고유식별번호 등 민감한 정보로 구성돼 있다. 통신사의 서비스 접근 권한, 인증 키, 전화번호, 문자메시지 데이터까지 저장된다. SKT는 유심 불법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고 하나 ‘대포폰’으로 본인인증 절차를 무력화하면 은행, 증권앱에 접속하거나 소액 결제 등을 시도하는 ‘심스와핑’ 피해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에 대처하려 28일부터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실시한다. 사진은 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해킹은 보안이 가장 철저하다고 여겨지는 홈가입자서버(HSS)라는 핵심 시스템이 뚫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SKT는 아직 해커 침입 경로와 방식, 정보 유출 범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LG유플러스 2023년 1월 30만 건, KT 2014년 1200만 건 등 개인 정보 유출사고가 있었다. 그런데도 유심 해킹사고가 발생한 것은 관련 당국과 기업의 안이한 인식 탓이 크다. SKT가 시장 지배적 지위에 안주한 채 정보 보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은 SKT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늑장보고했고 KISA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T가 사건을 최초 인지한 것은 18일 오후 6시 9분이다. 이를 KISA에 보고한 것은 20일 오후 4시 46분으로 인지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 KISA는 사건 발생 시간을 석연찮게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실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다.

SKT가 해당 사실을 즉각 문자 등으로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유심 교체도 뒤늦게 발표한 것도 문제다. 1등 통신사를 믿고 가입한 소비자 신뢰에 먹칠을 한 셈이다. SKT가 후속 대처로 내놓은 유심보호서비스는 해외 로밍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가입 절차가 불편하다. 더욱이 보안 사고를 우려한 고객이 선제적으로 유심 교체에 나서면서 SKT를 질타하는 여론이 일자 회사 측은 뒤늦게 28일부터 무상 교체를 약속했다. 이 때문에 주말에도 전국 곳곳 SKT 대리점에는 유심 교체를 하려 가입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유심 재고가 없어 발길을 돌렸다는 사람이 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우려된다. 잘못은 SKT가 저지르고 정신적 고통과 불편은 가입자가 겪는 꼴이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과기부에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유심 교체 조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할 정도다.

이통통신은 현대 사회 필수재다. 그런 만큼 통신사는 보안 체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SKT는 이번 사고 원인을 밝혀내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야 한다. 또한 S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의 정보보안 실태를 전면 감사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실효성 있는 징벌 체계를 구축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