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 부산’이라는 말은 그리 낯설지 않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국제관문도시로서 부산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위상은 선명하다. 2005년 당시 안상영 부산시장이 해양수도 부산을 선포한 지 25년이 훌쩍 지난 지금, 해양수도 부산의 모습은 어떤가? 부산은 컨테이너 물동량으로 보면 이미 세계적인 해양물류허브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울산 경남과 연계해 세계 최대의 조선산업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해양수산업계와 연구,교육기관 및 공공기관이 집적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해양수도 부산? 이라는 물음표를 붙일 수밖에 없다. 해양금융 중심지를 위한 국제금융허브 기능, 선박 등의 해양사고,해사분쟁, 해상보험 등 해사전문법원 설치와 같은 고부가가치 해양산업 구축의 핵심 과제들이 겉돌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정치행정체계에서 정부와 산하 특별행정기관, 부산시의 협치는 원활하지 못하다. 해양관련 정책이 부처별로 흩어져 해양수산부의 종합적, 체계적인 해양정책 추진이 용이하지 않다. 대한민국 해양정책의 발상과 전략, 추진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지난 17일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노동계 해양업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 실현을 통한 지속가능한 해양강국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8대 주요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해양수도 부산 활성화 관련 포괄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제물류중심지, 국제금융중심지, 디지털산업기반 구축 등 국제해양중심 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주요 내용으로 하면서 남부권 및 국가균형발전과 연계하도록 포괄적 체계를 담고 있는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이 유력한 수단이다. 둘째, 부산해사전문법원 설치다. 연 3000여억 원의 국부 유출을 방지하고, 법률 회계 금융 보험 등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을 구축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고급 인력 유치, 청년 유입을 이루어야 한다. 셋째, 북극항로 개척과 극지 관문도시 구축이다. 제2 극지연구소 설립, 극지타운 조성, 쇄빙선 아라온호 부산항 기항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극항로 개척 관련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연계해 동시적으로 추진한다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넷째, 부산항만공사 자율성 확보와 부산시 역할 강화다. 부산항만공사법 제정 등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같은 주식회사형 공기업으로 우선 전환해 항만계획, 재개발 등의 자율성 확대와 부산시의 참여 제고가 필요하다. 다섯째, 공공적인 북항재개발을 위한 단일 추진주체 재정립 및 지역사회 이익 환원이다. 해수부 부산항만공사 부산시가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 설립 등을 통한 통합적 정책추진 및 북항재개발 이익의 지역 환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해양자치권 확보다. 북항 관리권, 항만 계획권, 유람선 운항과 같은 해양레저관광 권한 등의 이양과 부산시 해양부시장 등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해양정책 추진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자치 조직, 인사 권한을 가져야 한다. 일곱째, 영도 해양수산클러스터의 실질적인 집적기능 정립이다. 현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12곳의 관련 기관에 한국해양환경공단 등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관련 민간기업 유치, 해양수산 스타트업 육성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해양인재 육성, 해양산업정책, 해양과학기술 등 세계적 해양지식 거점으로 발전하기 위해 글로컬대학을 지향하는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의 발전적인 통합 추진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여덟째,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를 통한 국제적 수산물 유통플랫폼 추진이다. 온라인 경매플랫폼 등을 활용한 수산물 유통구조의 다각화, 현대화와 해외 유통망을 구축, 해외시장 수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등과 연계해 푸드마켓과 같은 먹거리 장터, 특색있는 카페촌 등의 복합시설을 도입하고 경매 현장을 볼거리로 만드는 등 국제적인 관광지 기능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조기 대선 속 대선후보들이 해양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대부분 지난 시기 대선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실행이다. ‘해양수도 부산?’이 아니라 ‘해양수도 부산!’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대선후보들은 구체적인 실행 일정과 추진 방식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해사전문법원 부산설치 관련 법안부터 당장 처리하는 결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