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노동자들은 다양한 유해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호흡기계 질환과 직업성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건설업 직종별 유해인자에 대한 연구’ 결과 소음, 진동, 폭염과 한랭, 유해광선과 같은 물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 황산칼슘, 아스팔트흄, 금속흄, 납, 6가 크롬, 석면, 목재방부제, 디젤엔진배출물질,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에폭시 우레탄, 이소시아네이트, 유기용제 등에도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 이러한 다양한 유해인자들은 호흡기계, 조혈기계, 소화기계, 피부, 신경계 등 인체 전반에 걸쳐 심각한 건강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 간질성폐질환, 진폐증, 석면폐증 등의 호흡기 질환과 더불어 폐암, 악성 중피종, 위암 등 다양한 직업성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업 근로자 및 기술 담당자에게서는 폐암이, 도장공 및 철도궤도 공사 작업자에게서는 악성 중피종이, 주물보일러 제작업무 및 터널공 작업자에게서는 위암이, 일용직 노동자에게서는 악성 흑색종이 확인되었다.

건설업에서 폐질환과 직업성 암은 유해 물질에 노출된 후 오랜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한 번 발병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다. 직업성 암은 예방 가능 비율이 암 종류에 따라 1%에서 최대 70%까지 다양하지만, 평균적으로 11.7%에서 40% 정도까지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직업성 질환 예방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해 물질의 건강 영향을 교육하고, 적합한 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하며,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일반 건강검진과 특수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용노동부의 ‘3대 안전 조치(추락 예방조치, 끼임 예방조치, 개인 보호구 착용)’ 점검 결과에 따르면, 건설업의 보호구 미착용 비율(30%)이 제조업(11%)보다 약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과 안전문화 미흡이 직업성 질환 발생 위험을 가중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유해 물질로 인한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호구 착용을 넘어 체계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첫째, 작업 환경의 유해 인자(분진, 가스, 유기용제 등) 특성에 맞는 보호구를 정확히 선택해야 한다. 둘째, 보호구의 필터 성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셋째, 반드시 밀착도 검사(Fit Test)를 실시하여 보호구가 사용자의 얼굴에 완벽하게 밀착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작업 시간과 환경 조건에 따라 적절한 착용 방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처럼 보호구의 효과는 올바른 장비 선택, 철저한 점검, 정확한 착용 방법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질 때 비로소 최적화될 수 있다.

‘2023년 건설업 산업재해분석’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 223만3184명 중 특수건강검진 수검자는 34만8150명(15.6%)이다. 2013년 대비 현저한 증가세를 보이는 수치로, 10년 전 건설업 근로자 256만6830명 중 검진 수검자가 5만8847명(2.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증가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는 정부의 ‘건강 디딤돌’ 지원 사업의 효과와 함께 기업 및 근로자들의 건강 인식 제고가 결합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업의 작업 환경 특성상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유해인자를 고려할 때, 현재의 검진 수준으로는 직업성 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인 검진 참여 유도와 검진 체계의 고도화를 통해 수진율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모두가 안전한 건설 현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부·기업·노동자 삼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안전 정책을 마련하고, 기업은 예방 중심의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며, 노동자는 적극적인 안전 참여로 화합해야 한다. 노동자가 건강 염려 않고 가족과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현장의 안전 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단순히 위험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으로 존중받는 현장,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건설 문화의 미래이다.